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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서 2분간 무슨일 있었길래”…CCTV로 본 '보건소 전 부인 살해' 사건

중앙일보

입력

화순서 이혼한 부인 찌르고 자해…2명 사망

살인 일러스트. 중앙포토

살인 일러스트. 중앙포토

50대 남성이 이혼한 전 부인이 일하는 보건지소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뒤 자해해 2명 모두 숨졌다. 보건소 맞은편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전남편이 사무실로 들어가 자해를 하는 데까지 채 9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 들어간지 2분도 안돼 ‘악’하는 비명” #진료실 CCTV도 없어…경찰, “정밀 감식중”

28일 전남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2분쯤 화순군 북면 보건지소에서 A씨(52)가 전  부인 B씨(54)를 흉기로 찌른 뒤 자해했다. 이들은 각각 광주와 화순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여 만에 숨졌다.

보건지소 직원인 B씨(6급)는 동료 3명이 일하던 사무실에서 벗어나 별도 사무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려다가 변을 당했다. 이들이 얘기를 나눈 진료실 내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아 당시 상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건지소 직원들은 “두 사람이 사무실로 들어간 지 2분이 지나지 않아 ‘악’하는 비명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두 사람은 각각 복부 등을 흉기로 찔린 채 쓰러져 있었다.

전 부인 살해 후 자해까지 9분도 안 걸려

흉기 살해 일러스트. 중앙포토

흉기 살해 일러스트. 중앙포토

경찰은 A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해 B씨를 찾아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보건지소 맞은편 건물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는 이날 오전 11시 13분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후 11시 22분에는 보건지소 직원이 신고하기 위해 면사무소 쪽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가 주차를 한 후 B씨를 살해하고 자해하는 데까지 9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이혼한 후 별거 중인 상태였으며, 과거부터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 지인들은 경찰에서 “평소 B씨가 남편 때문에 힘들어했다. 성격 차이가 큰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1993년 결혼한 후 1남 2녀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거에 합기도체육관을 운영했으며, 공인중개사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가정불화 문제로 얘기를 나누기 위해 B씨의 직장에 찾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화순경찰서. 중앙포토

전남 화순경찰서. 중앙포토

경찰은 현장에 과학수사팀을 투입해 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를 만난 직후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 등에서 사전에 자해까지 생각하고 보건소를 찾아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화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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