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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홍콩에 간 인민해방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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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이 반환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1일 중국 군인들이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다. [홍콩 로이터=뉴시스]

중국 인민해방군과 앤손 찬 팡 온상(陳方安生.65) 여사. 둘은 각각 중국의 무력과 홍콩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총리 격인 홍콩 정무사장을 지낸 앤손 찬 여사는 중국 정부에 민주화를 거론할 용기를 지닌 홍콩의 몇 안 되는 지도층 인사 중 하나다. 이들이 1일 거행된 홍콩 반환 9주년 기념행사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목적은 전혀 달랐다. 이날 오전 홍콩 중심부에 있는 홍콩 스타디움에서 거행된 기념행사는 인민해방군의 군사퍼레이드로 시작됐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앞세운 중국군의 화려한 행진은 미국에 맞서는 수퍼 파워라는 인상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어 400여 특공부대원들의 무술시범. 이들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특공무술로 적군을 제압하는 동작을 취할 때 스타디움을 메운 4만여 인파는 열광했다.

평소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목적만 앞세운 홍콩인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보였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공식행사 참여를 자제하던 군이 왜 모습을 드러냈을까. 목적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중국 지도부가 반환 9년이 지난 만큼 홍콩인들에게 중국군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식지 않은 현지 민주화 열기에 대한 무언의 경고(?)로 군을 활용한 측면도 강해 보인다. 다른 하나는 중국인보다는 홍콩인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현지인들에게 중국군의 위용을 보여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는 5만8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매년 이때 반복되는 민주화 시위를 위해서다.

올해는 그동안 외부행사 참여를 자제해 온 앤손 찬 여사까지 참가해 시민들의 민주화 열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민주화 시위는 중국이나 홍콩 정부에 대한 반항이 아니고 민주화 열기를 알리려는 목적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외국인이주자협회 대변인도 이날 집회에 참석, "민주화는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화를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이들은 3㎞ 떨어진 정부청사까지 가두 시위를 하며 홍콩 직접선거를 요구했다. 어린아이에서 80대 노인까지 손에는 '직접선거 쟁취'가 적힌 표지가 들려 있었다. 오후 7시까지 홍콩 중심부 완차이는 '위대한 중화'를 외치는 시민들과 '민주쟁취'를 외치는 시민 수만 명으로 가득했다.

홍콩 반환 9년. 그러나 아직도 홍콩인들에게 중국은 자부이자 원망의 대상으로 보였다.

[취재일기] 홍콩에 간 인민해방군

중국 인민해방군과 앤손 찬 팡 온상(陳方安生.65) 여사. 둘은 각각 중국의 무력과 홍콩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총리 격인 홍콩 정무사장을 지낸 앤손 찬 여사는 중국 정부에 민주화를 거론할 용기를 지닌 홍콩의 몇 안 되는 지도층 인사 중 하나다. 이들이 1일 거행된 홍콩 반환 9주년 기념행사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목적은 전혀 달랐다. 이날 오전 홍콩 중심부에 있는 홍콩 스타디움에서 거행된 기념행사는 인민해방군의 군사퍼레이드로 시작됐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앞세운 중국군의 화려한 행진은 미국에 맞서는 수퍼 파워라는 인상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어 400여 특공부대원들의 무술시범. 이들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특공무술로 적군을 제압하는 동작을 취할 때 스타디움을 메운 4만여 인파는 열광했다.

평소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목적만 앞세운 홍콩인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보였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공식행사 참여를 자제하던 군이 왜 모습을 드러냈을까. 목적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중국 지도부가 반환 9년이 지난 만큼 홍콩인들에게 중국군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식지 않은 현지 민주화 열기에 대한 무언의 경고(?)로 군을 활용한 측면도 강해 보인다. 다른 하나는 중국인보다는 홍콩인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현지인들에게 중국군의 위용을 보여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는 5만8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매년 이때 반복되는 민주화 시위를 위해서다.

올해는 그동안 외부행사 참여를 자제해 온 앤손 찬 여사까지 참가해 시민들의 민주화 열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민주화 시위는 중국이나 홍콩 정부에 대한 반항이 아니고 민주화 열기를 알리려는 목적뿐"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외국인이주자협회 대변인도 이날 집회에 참석, "민주화는 홍콩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민주화를 보장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이들은 3㎞ 떨어진 정부청사까지 가두 시위를 하며 홍콩 직접선거를 요구했다. 어린아이에서 80대 노인까지 손에는 '직접선거 쟁취'가 적힌 표지가 들려 있었다. 오후 7시까지 홍콩 중심부 완차이는 '위대한 중화'를 외치는 시민들과 '민주쟁취'를 외치는 시민 수만 명으로 가득했다.

홍콩 반환 9년. 그러나 아직도 홍콩인들에게 중국은 자부이자 원망의 대상으로 보였다.

최형규 홍콩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