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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책? 책방으로 가서 한 챕터라도 읽고 고르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희의 천일서화(29)

책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것은 없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책만큼 풍부한 콘텐트를 가진 것은 없다. 정보를 얻거나 마음을 닦는 데도 역시 책이 가장 유용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책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것은 없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책만큼 풍부한 콘텐트를 가진 것은 없다. 정보를 얻거나 마음을 닦는 데도 역시 책이 가장 유용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책만큼 재미있고 유익한 것은 없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영화며, 드라마, 유튜브 등등 재미있는 소일거리는 숱하지만 아직까지는 책만큼 풍부한 콘텐트를 가진 것은 없다. 정보를 얻거나 마음을 닦는 데도 역시 책이 가장 유용하다.

게다가 돈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 높다는 이야기다. 커피 한 잔, 영화 한 편 볼 값이면 두고두고 즐기고 배울 책을 장만할 수 있다. 물론 온라인에는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콘텐트들이 넘쳐나지만 책은 여전히 경쟁력 있다. 여기에 가히 활자중독증이라 할 처지니 읽고 싶은 책이 많을 수밖에.

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책을 잘 골라야 한다. 내 수준, 내 취향, 내 능력, 내 필요에 맞춤인 책을 만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 없는 명저, 고전, 베스트셀러라도 읽어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신간만 해도 일 년에 몇만 종씩 쏟아지니 그 와중에 책을 제대로 고르기는 쉽지 않다.

책 읽기를 밥 먹기보다 좋아하고, 89년에 출판 담당 기자를 시작했으니 일 때문에라도 몇십 년 동안 책에 둘러싸여 지냈는데도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특히 책을 직접 살피지 않고 온라인서점에서 사는 경우 다양한 채널로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하는데도 막상 보면 절반 정도는 실망한다.

마이클 브린의 『한국, 한국인』과 프레드 E. H. 슈레더 외 16인의 『대중문화의 탄생』.

마이클 브린의 『한국, 한국인』과 프레드 E. H. 슈레더 외 16인의 『대중문화의 탄생』.

며칠 전 산 6권이 그랬다. 『한국, 한국인』(마이클 브린 지음, 실레북스)은 언론에서 저자 인터뷰를 보고 고른 책이다. 오랫동안 한국을 취재해온 영국 저널리스트가 쓴 책은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와 달랐다. 외국인의 글인 만큼 객관적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했을 거로 예상했으나 기본적으로 외국 독자들을 위한 책이었다. 책 자체는 읽을 만하지만 한국 독자의 입장에선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대중문화의 탄생』(프레드 E. H. 슈레더 외 지음, 시대의 창)은 옮긴이를 보고 택한 경우다. 책 표지 뒤에는 보통 지은이와 옮긴이의 약력이 소개되는데 여기서 의외의 소득을 얻을 때가 있다. 어떤 책을 주로 옮겨 왔는지, 번역 솜씨가 어떤지 가늠하다 보면 미처 몰랐던 책을 만날 수 있어서다.

그래도 이번 선택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엘리트 문화나 민속 문화와 다른 대중문화에 초점을 맞춘 점은 눈에 띄지만 교양서라기보다 진지한 글을 모은 연구서인데다 현대는 다루지 않아 금방 손이 가지 않았다.

질 리포베츠키의 『가벼움의 시대』와 난젠&피카드의 『에로틱 세계사』.

질 리포베츠키의 『가벼움의 시대』와 난젠&피카드의 『에로틱 세계사』.

그 책을 고르다 ‘이 책과 함께 산 책’이란 인터넷서점의 ‘안내’에 홀려 선택한 『가벼움의 시대』(질 리포베츠키 지음, 문예출판사)는 뒤로 미뤄야 했다. ‘쿨한 부모들 허약한 아이들’ 등 주제나 소제목은 흥미로웠지만 프랑스 철학자의 글답게 사변적으로 접근했기에 읽자니 부담스러웠다. 70년대 번역서 소개로 독서문화 형성에 큰 몫을 차지했던 출판사의 책이어서 반가웠지만 말이다.

광고를 보고 고른 『에로틱 세계사』(난젠 & 피카드 지음, 오브제)는 마케팅에 넘어간 경우다. ‘전 세계 남성들의 인생을 바꿔놓은 심장질환 치료제-비아그라’ 등 흥미로운 내용은 많지만 전거를 제시하지 않는 등 딱 가십 모음 정도여서 내 입장에선 굳이 책으로 읽을 것은 아니지 싶었다. 독일의 젊은 저널리스트들의 집단창작이라는 점, 젊은 취향의 책 만듦새를 보면 젊은 독자를 겨냥한 ‘기획물’이란 느낌이었다.

마크 그리프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와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마크 그리프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와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반면 신문 서평을 보고 고른 『모든 것에 반대한다』(마크 그리프 지음, 은행나무)와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지음, 김영사)는 당장 펼쳐 들 생각이다. 스웨덴이 석학 일가가 신선한 방법으로 고정관념, 선입견을 깨뜨리는 『팩트풀니스』는 탁월하기도 하고 서술 방식도 흥미로운 탁월한 책이다. 『모든 것에…』는 마치 흔들리지 않는 힘, 자기 생각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듯한 제목과는 조금 다른, 문화비평 모음이지만 생각 거리를 제공한다.

이렇듯 타인의 시선을 통해 고른 책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 든 책 모두 흥미롭고 수준 있지만 한정된 시간에 뒷순위로 밀릴 책이 여럿이다. 결국 본인이 서점에 가야 한다. 제목이나 출판사보다 지은이 소개, 머리말, 목차를 살피고 적어도 한 챕터는 읽어보고 고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좋은 책, 많이 팔리는 책, 유명인사가 권하는 책이라도 내가 재미있고, 내게 도움 되는 책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서평은 그나마 낫지만 판매를 위한 광고나 책 제목에 홀려서는 읽어야지 하는 책만 쌓일 따름이란 사실을 새삼 느낀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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