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평일엔 직장인·토요일엔 숲 해설가·일요일엔 궁궐 안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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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대한상공회의소 회원관리팀에 근무하는 표석정(50.사진) 차장은 주말이 더 바쁘다. 토요일엔 숲 해설가, 일요일엔 궁궐 가이드로 뛴다. 2002년 유치원에 다니던 막내 아들과 함께 산으로 갔다가 아들이 물어본 나무 이름을 몰라 얼굴을 붉힌 뒤숲해설가협회를 찾았다고 한다.

표 차장은 "당시 소나무밖에 아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협회에서 6개월 교육을 받은 뒤 1년간 현장 훈련을 받았다. 그는 현재 격주 토요일마다 경기도 중미산 휴양림에서 숲 해설을 하고 있다.

쉬는 토요일엔 해설 요청이 들어온 전국 각지 산을 다닌다. 해설은 두 시간가량 하지만 이동시간까지 따지면 하루가 꼬박 걸리는 일이다. '집에서 싫어하지 않느냐'고 묻자 전업주부인 동갑내기 부인도 지난해 숲 해설가 자격을 따서 활동 중이란다.

숲 해설가에서 멈추지 않고 궁궐 가이드까지 하게 된 것은 서울 중심부인 남산에서 숲 해설을 할 때마다 내려다보이는 궁궐에 대해 설명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기 때문. 가이드 자격은 한국청년연합회에서 실시하는 9개월 과정의 '궁궐 길라잡이' 교육을 이수해 땄다.

그는 숲 해설가, 궁궐 가이드를 하다 보니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절감했다고 했다."컴맹은 나무라면서 생태맹에 대해선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한다. 일제가 조선왕조의 맥을 끊기 위해 덕수궁을 더렵혔는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숲 해설을 하면 교통비.식대로 산림청에서 6만원 일당을 받는다. 궁궐 가이드는 무료 자원봉사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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