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서경원 의원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가 안전 기획부는 27일 밤 지난해 8월 극비리에 북한에 밀입국, 김일성 등과 면담한 평민당 서경원 의원(52·전남 함평-영광)을 국가 보안법 위반(잠입·탈출·회합)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관계기사 3, 4,15면>
안기부는 서 의원이 평양에서 북한 대남 공작 담당자들과 만나 공개·비공개적으로 제의 받은 내용을 지난 1년간 의정 단상에서 어떤 방법으로 수행해왔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특히 집중하고 있다.
안기부는 또 서 의원이 가톨릭 농민 회장으로 있으면서 85년부터 북한 요원들과 접선해왔기 때문에 서 의원이 지난해 8월 이외에도 북한을 수 차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도 수사하고 있다.
안기부는 이와 함께 서 의원이 국회의원 선거 당시 사용한 선거 자금이 조총련 등을 통해 유임 됐는지의 여부를 캐기 위해 자금 출처·은행 구좌 등을 추적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해 8월19일 해외 출장 명목으로 출국, 서독 프랑크푸르트와 체코를 경유해 입북, 2박3일 동안 머물면서 김일성·허담 등과 만나고 「김일성 항일 유격전 유적지」등을 둘러본 뒤 스위스와 일본을 거쳐 귀국한 협의다.
서 의원은 85년3월 가톨릭 국제 농촌 청년연맹회의 한국 대표로 참석해 서독 교포 정 모 목사(40세 가량)의 소개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북한 해외 파견 정보원인 정 모(50세 가량)를 만나 김일성 면담 주선을 요청, 정으로부터 응낙을 받고 일단 귀국했었다는 것.
서 의원은 그후 지난해 8월24일부터 10일간 일본에서 열리는 식량문제 심포지엄에 초청 받아 8월10일 출국한 뒤 서독 프랑크푸르트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한 해외 파견 정보 요원 정 모씨를 다시 만나 그가 시키는 대로 체코의 프라하로 가 조선민항 특별기 편으로 지난해 8월19일 오후 10시30분쯤 평양에 도착했다는 것.
서 의원은 다음날인 8월20일 오전 9시쯤 자강도 김일성 별장에서 북한 조국 평화 통일위원회 위원장 허담의 영접을 받고 접견실로 안내돼 김일성과 포옹하면서『주석님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기념 촬영한 뒤 이 별장 회의실에서 허와 김 모(60세 가량) 등이 배석한 가운데 김일성과 30여분 동안의 면담을 끝내고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쯤 김일성과 작별하고 면담에 배석했던 김 모의 안내를 받아 승용차 편으로 삼지연·항일 유격전 본부 등 김일성 항일 유격전 유격지를 관광하는 등 2박3일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같은 날 오후 6시쯤 조선 민항 특별기 편으로 북경에 도착해 스위스 항공기 편으로 홍콩과 취리히·프랑크푸르트를 경유, 일본으로 갔다가 9월5일 귀국했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서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정부 승인 없이 밀 입북한 점을 중시, 동행자 유무와 서 의원의 입북에 당 차원 또는 고위 당직자가 관련돼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