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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장자연 사건 일부 공소시효 끝나 재조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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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고 장자연씨, 김학의 전 차관, 클럽 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고 장자연씨, 김학의 전 차관, 클럽 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배우 고 장자연 리스트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클럽 버닝썬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자 법무부 쪽에서 먼저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 #“시효 끝난 일도 사실 여부 가려야” #“기존 형사법 체계 흔들라는 거냐” #진영 다툼에 사회 갈등 커질 수도 #과거사위, 시한 2개월 연장 요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18일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용산 참사 사건 조사를 위해 대검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1시간30여분 만에 나온 얘기다. 19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법무부도 기한 연장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을 두고 기존 형사법 체계를 흔들라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발족한 과거사위는 그간 진상조사단의 조사 기간을 세 차례 연장했지만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선 지난 12일 연장을 불허했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 발언 뒤 결정을 엿새 만에 뒤집었다. 과거사위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인 김갑배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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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대통령 지시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직접 수사와 같은 여러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건의 경우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돼 수사 지휘를 시작했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도 추가 증거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언급한 3개 사건 모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할 수 있다.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연장되고, 이후 검찰에서 관련 재수사를 맡게 될 경우 최대 쟁점은 공소시효다. 김 전 차관은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데 공소시효는 15년으로 2024년에 만료된다. 다만 성 접대를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요구하는 행위인 알선수뢰 혐의로 볼 경우 공소시효는 5년이어서 이미 시효가 끝났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도 대부분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은 공소시효 10년이다. 술자리 접대를 받은 남성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강요죄도 7년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진상조사단 권고에 따라 공소시효가 2개월 남은 기자 출신 정치인 조모(50)씨를 강제추행(공소시효 10년)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조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자연씨의 지인 윤지오씨는 재판이 끝난 뒤 “국민청원 덕에 여기까지 왔고, 망자는 돌아올 수 없어도 진실 자체가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선 김 전 차관 사건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버닝썬 사건은 부유층을 겨냥했다는 분석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마무리한 윤석열 지검장이 직접 나서서 세 사건을 진두지휘하면 전 정권과 일부 보수 언론, 부유층의 일탈에 관련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이럴 경우 재조사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갈등이 격화되는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청장 출신의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수사 자체를 할 수가 없다”며 “법조인인 대통령이 모를 리 없는데도 사실 관계를 밝히라고 지시하는 것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 체계 자체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상·이수정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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