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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김학의·버닝썬 진실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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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문재인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18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고(故) 장자연씨 관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버닝썬’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 법무·행안장관에 지시 #“고의 부실수사, 비호·은폐 정황 #검경 명운 걸고 사실 여부 가려야” #정치권 “지지율 하락 정국 돌파용”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과거의 일이지만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이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을 전제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통적인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이를 권력형 비리로 규정했다.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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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특히 각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대해 “드러난 범죄행위 시기와 유착관계 시기는 과거 정부 때의 일”이라고 이번 지시가 사실상 과거 정부 수사기관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진상규명에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권력형 사건 앞에서 무력했던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서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인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동일한 행태가 지금 정부까지 이어졌을 개연성이 없지 않으므로 성역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두 장관은 “재수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해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고 답했다. 박상기 장관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해 “강간과 불법 촬영, 성접대, 뇌물 혐의를 규명한 수사였는지 비판이 있고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 등 기본 사실관계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과거 정부에 대한 수사를 통한 정국 돌파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국정, 검경 의존 자체가 청와대 위기라는 방증”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 윤지오씨가 18일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 윤지오씨가 18일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회담 성공→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시나리오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해 왔다. 지난주 동남아 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은 귀국 후 첫 일정이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취소하는 대신 두 장관의 관련 보고를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특히 ‘김학의 재수사’는 야당 견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학의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법무부 장관)와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곽상도 의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부실 수사에 개입한 정황은 없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혁이 진행 중인 사정기관이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으로 나온 지시”라며 “정치적 목적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관들의 보고 전에 조국 민정수석의 사전 보고가 이뤄진 것과 관련해 “민정수석 차원에서 필요한 보고가 있지 않았겠느냐”면서도 구체적 보고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역대 정부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사정(司正) 드라이브’가 당초 그림과는 다르게 엉뚱한 결과를 낳는 일이 많았다는 점은 청와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야당도 검찰·경찰의 수사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면 강력히 반발할 게 뻔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정 운영을 검경 수사에 의존한다는 자체가 청와대가 위기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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