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 작은집, 큰집보다 3200만원 비싸···이상한 공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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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표가 게시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공개한 공시가격의 산정 기준이 불분명해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표가 게시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공개한 공시가격의 산정 기준이 불분명해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뉴스1]

서울 동작구 대방동 경남아너스빌 전용면적 84㎡의 올해 예정 공시가격은 6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4억6800만원) 대비 37% 올랐다. 이 단지 인근 대방1차 e편한세상의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6억1200만원을 기록했다.

단지 같은데 면적별 상승률 달라 #집주인들 불만, 이의신청 빗발 #국토부 “여러 가격정보 종합 분석” #전문가 “산정기준 명확히 밝혀야”

지난해 공시가격은 대방1차 e편한세상(5억4100만원)이 경남아너스빌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11%에 그쳤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용면적 84㎡의 평균 시세는 대방1차 e편한세상(8억5250만원)이 경남아너스빌(8억2500만원)보다 비싸다. 올해 동작구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17.93%다.

경남아너스빌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은 “우리 집보다 현재 시세가 비싸고 지난해 공시가격이 더 높았던 바로 옆 동일 주택형 아파트보다 공시가격이 더 올라간 이유를 모르겠다”며 “무슨 근거로 이렇게 올렸는지 설명도 안 해주니 이의신청부터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4일부터 전국 1339만 가구의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된 뒤 올해 예정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이 빗발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시가격을 책정하면서 ‘유형·지역·가격대별 불균형 해소’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뒤죽박죽’ 공시가격에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많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표적인 것이 같은 단지 내 작은 집의 공시가격이 큰 집보다 더 비싼 경우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 현대 아파트의 올해 전용 53㎡(8층) 공시가격은 5억9100만원으로, 같은 층 옆집의 59㎡보다 3200만원 더 비쌌다. 용산구 문배동 용산아크로타워 전용 84.97㎡(30층)의 공시가격은 6억8500만원으로, 이 단지의 126.3㎡(30층)의 공시가격보다 400만원 비쌌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평형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제각각이다 보니 이런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기초가 되는 시세는 실거래가뿐 아니라 감정평가 선례, 주택매매 동향, 민간 시세 정보, 매물 정보 등 다양한 가격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조사한다”며 “구체적인 단지에 따라 주택 크기와 가격이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토지 및 단독·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만큼 산정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동흔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정부는 세금 등 국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엄정한 공시가격 검증을 위해 전문가의 3단계 검증체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시가격 관련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가격 인상 폭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시가격이 전년의 13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만드는 개정안을, 박덕흠 의원은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를 의뢰받은 감정평가업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 부동산 가격공시법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한은화·김민중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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