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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요즘 판교, 모빌리티 천국이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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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스마트 모빌리티의 천국,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인 성지혜씨가 T 바이크를 타고 판교 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직원인 성지혜씨가 T 바이크를 타고 판교 곳곳을 누비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NHN 직원인 김보라(31·여)씨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운동을 간다. 운동 장소는 회사에서 1.2km 가량 떨어진 헬스클럽. 걸어서는 20분 거리지만 이달 초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공유 전기자전거인 ‘카카오 T 바이크(이하 T 바이크)’를 타면 5분이면 충분하다. 14일 중앙일보와 만난 김씨는 “운동 삼아 자전거도 타고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한 뒤 회사 근처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T 바이크를 타고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차 타기엔 가깝고, 걷기엔 멀 때 #전기 자전거·킥보드 빌려타고 휙~ #새로운 문물에 대한 거부감 적어 #관련 서비스 안착 … 지역도 확대

공유 전기자전거인 ‘카카오 T 바이크’와 공유 전동킥보드인 ‘킥고잉’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들이 판교의 도시 풍경을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란 근거리ㆍ중거리 주행이 가능한 개인용 이동수단을 뜻한다. 호기심 많고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덜한 판교 밸리 특유의 분위기 덕에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가장 활발히 도입되는 곳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초부터, '킥고잉' 운영사인 올룰로는 올해 초부터 판교에서 각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요금은 T 바이크가 최초 15분간 1000원(이후 5분에 500원씩 추가), 킥고잉은 최초 5분 간 1000원(이후 1분당 100원씩 부과)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판교가 속해 있는 성남시와 인천 연수구에서 가장 먼저 시범 서비스를 하는 건 성남시와 연수구 모두 지형적으로 자전거 타기에 좋고, 이 일대에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IT기업과 그 직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기 스쿠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미국서 가장 활발한 곳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이다. 지난해 7월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인 라임(lime)은 구글과 우버 등으로부터 3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벤처투자사(VC)업계에선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IT기업으로선) 무찌를 수 없다면 친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는 평이 돌았다.

대중교통 드물고, 건물간 거리 먼 것도 한몫 

신분당선 판교역을 중심으로 멀리 흩어져 있는 IT기업까지 이동하려면 마을버스나 택시 등을 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도 이들 서비스가 도움을 준다. ‘라스트 마일(last mileㆍ목적지 등에 도착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고민 해결엔 특효약이다. 업무 협의차 판교 곳곳을 오갈 때에도 이들 스마트 모빌리티를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는 “T 바이크는 기존 교통수단이 미치지 못하는 단거리 이동을 보완해, 실질적인 개인맞춤형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IT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이기도 하다. 구글이나 우버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은 물론 GM과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까지 잇따라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다. 버드와 라임, 스핀 같은 미국 전동 스쿠터 공유 업체는 이미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17년 기준 155억 달러(약 17조 6200억원) 수준인 전기스쿠터ㆍ전기오토바이 시장이 2024년엔 220억 달러(약 25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T 바이크 이용 화면. 카카오 T 앱에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된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의 T 바이크 이용 화면. 카카오 T 앱에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된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지정 거치대 없어 편리

킥고잉 이용 화면. 녹색 아이콘이 있는 곳에 전동 킥보드가 있다. 김정민 기자

킥고잉 이용 화면. 녹색 아이콘이 있는 곳에 전동 킥보드가 있다. 김정민 기자

카카오 T 바이크와 킥고잉은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단 따릉이는 지정된 자전거 거치대에 주차해야 하지만, T 바이크와 킥고잉은 전용 거치대가 없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T 바이크나 킥고잉을 찾은 뒤 이를 이용하고, 이용을 마무리 한 뒤엔 적당한 곳에 세워두면 그만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가급적 목적지 주변의 일반적인 자전거 거치대를 사용해 주십사 권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인도 가장자리나 빈 공간에 주차해두면 된다”고 말했다. 운영팀이 이를 수거해가거나, 아니면 근처에서 출발하는 다른 사용자가 쓸 수 있게 연결해준다.

킥고잉은 일종의 가상 주차장인 ‘노드(연결점이란 뜻)’ 부근에 세워놓는 걸 권장한다. 킥고잉 운영사인 올룰로가 편의점 업체인 CU와 업무제휴를 맺은 이유다. 가급적 편의점 앞 공터 등에 세우란 얘기다.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킥고잉을 아무 데나 방치해 ‘도시 공해’로 인식되게 하면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며 “아무 곳에나 스마트 모빌리티들을 두게 하는 일부 업체들의 방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 바이크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 킥고잉은 시속 25㎞까지 달릴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T바이크 이용 화면. T 바이크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김정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T바이크 이용 화면. T 바이크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김정민 기자

전동킥보드 업체만 6~7곳 이상 등장  

T 바이크와 킥고잉은

T 바이크와 킥고잉은

T 바이크와 킥고잉이 판교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각 스마트 모빌리티들의 관리와 긴급 수리 등이 제때 이뤄져야 한다. 두 서비스 모두 GPS(위성항법시스템) 기반이어서 위성 신호가 불안정할 땐 오류가 난다. 이날도 ‘일시적인 오류’로 인해 T 바이크를 이용하지 못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헬멧을 착용해야 하지만, 사용자 스스로 헬멧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고 있단 점도 아쉽다.

사용자들의 이용 방식도 문제다. 킥고잉 같은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이륜차로 분류돼 차도로만 다녀야 하지만, 인도 위에서 타는 이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는 T 바이크도 마찬가지다.

헬멧은 사용자가 직접 가져와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룰로 박신욱 사업기획팀장은 “우리가 파악한 것만 해도 킥고잉 같은 전동 킥보드 관련 후발주자 수는 6~7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업체인 올룰로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찾아간 벤처캐피털(VC) 업체의 심사역이 비슷한 사업모델로 창업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 모빌리티 확산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1000대 수준인 T 바이크 수를 올 하반기 3000대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성남시와 인천 연수구뿐 아니라 서비스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넓히기로 했다. 올룰로 역시 서비스 운영 지역을 지속해서 넓히고 현재 700대 선인 전동킥보드 수도 2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판교=이수기ㆍ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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