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 사용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고등법원이 1심 결과를 뒤집고 한의사는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로 진단 등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특별8부(최은수 부장판사)는 30일 길인의료재단이 "소속 한방병원 한의사가 방사선 기사를 통해 CT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서초구보건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업무 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1심과 달리 "CT 사용은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여러 가지 현안을 놓고 의사-한의사 간 갈등 구도가 심각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CT 이용한 진단은 부적절"=서울고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의사가 방사선 기사로 하여금 CT기기로 촬영하게 하고 방사선진단행위를 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워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행위,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에 종사하도록 돼 있고 면허도 그 범위에 한해 주어지는데 CT와 관련된 규정들은 한의사가 CT를 이용하거나 한방병원에 CT를 설치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명확한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었고, CT기기와 관련없는 진료행위까지 할 수 없게 한 업무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 CT 이용 관련 논란 종식될까=CT를 갖춘 한방병원은 5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CT뿐 아니라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한의사와 의사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의사들은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반면 한의사들은 판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하면서도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이에 따라 한의사의 CT 이용을 둘러싼 논란은 대법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수.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