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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주고 살일? 스타벅스 컵 쟁탈전 몸싸움까지

중앙일보

입력

"컵 하나가 불러온 전쟁"

스타벅스에서 선보인 컵 하나가 중국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스타벅스가 벚꽃 에디션으로 내놓은 제품 가운데 '마오좌베이(猫爪杯)' 때문이다.

중국 스타벅스 봄 한정 '고양이발 컵' 사재기 열풍 #가격 6배까지 급등, 손님 간 다툼 곳곳에서 벌어져

이 컵은 '고양이의 발'을 닮은 귀여운 비주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매장 오픈과 동시에 판매 완료되는 초대박 상품이 됐다. '고양이 컵'을 사다가 4~6배로 되파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컵을 사려고 손님 간 몸싸움까지 나는 사태가 중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 스타벅스에서 벚꽃 에디션으로 내놓은 '고양이 컵' [사진 웨이보]

중국 스타벅스에서 벚꽃 에디션으로 내놓은 '고양이 컵' [사진 웨이보]

문제의 스타벅스 컵은 이름처럼 '고양이 발' 모양을 하고 있다. 투명한 컵이지만, 음료를 부으면 마치 고양이가 컵 안에 발을 담근 듯한 형상이 나타난다. 인기를 끌 만한 귀여운 비주얼이다. 일명 '고양이 발 컵'은 스타벅스가 올해 봄시즌 기획해 출시한 컵 중 하나다.

2월 26일, 스타벅스는 '2019 스타벅스 벚꽃 에디션 판매'를 개시했다. 30여종의 리미티드 에디션 가운데, '고양이 컵'이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초대박 상품이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 컵을 손에 넣기 위해 새벽부터 스타벅스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아예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철야 대기하는 소비자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개점과 동시에 물건이 바닥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물량이 달리다보니 정가 199위안(약 3만 3000원)의 컵을 사다가 4배~6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되파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타오바오(淘宝) 등 온라인 마켓에는 700위안(약 12만 원)의 가격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비싸게는 1299위안(약 21만 원)까지 값을 부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중국 매체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스타벅스 컵 쟁탈전 영상 캡쳐 [사진 웨이보]

중국 매체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스타벅스 컵 쟁탈전 영상 캡쳐 [사진 웨이보]

일부 매장에서는 컵을 놓고 손님 간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2월 26일, 중국 매체 장쑤신원(江苏新闻)은 "컵 한개가 불러온 전쟁"이라며, 스타벅스에서 고양이 컵을 사겠다고 손님 사이 몸싸움이 벌어진 현장 영상을 웨이보에 게재했다.

'스벅 컵 쟁탈전'은 한 매장에서만 일어난 사태가 아니다. 둬웨이신원(多维新闻)이 올린 영상을 보면, 고양이 컵을 갖기 위해 손님 간 삿대질을 하며 말싸움을 하거나, 실랑이를 하다가 함께 진열된 컵을 와장창 깨뜨리는 장면들이 담겨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 '고양이 컵(猫爪杯)'을 검색하면, "밤새 기다렸는데 갑자기 어떤 부부가 내 주위를 둘러싸더니, 컵을 빼앗아 가 버렸다" "사람들이 옥신각신 싸우는 바람에 컵이 깨져서 빈 손으로 돌아왔다" 등 관련 후기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내에서도 '고양이 컵 사재기' 현상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000위안(약 16만 원)까지 주고 살일이냐"

"아무리 그래도 폭력은 아니지"

동시에, 고양이 컵을 성공적으로 구매한 이들의 인증 사진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특히 반려묘를 키우는 네티즌들은 고양이 컵과 실제 고양이 발을 비교하는 모습을 담아 올린다.

반려묘를 키우는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고양이컵'인증 사진 [사진 웨이보]

반려묘를 키우는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고양이컵'인증 사진 [사진 웨이보]

중국 스타벅스는 "2월 28일 오후 3시부터 티몰(天猫 톈마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양이 컵을 온라인 독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양이 컵 불티 현상은 스타벅스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 티몰에서 예약 판매를 실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총 4000개의 고양이 컵을 4일간 티몰에 풀 예정으로, 하루 판매량은 1000개로 한정한다.

티몰 관계자는 "고양이 컵이 대박이 난 후 스타벅스 티몰 스토어에 방문하는 네티즌 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 증가율이 300%에 달한다. 알리데이터(阿里数据)에 따르면, 스타벅스 고양이 컵 키워드 검색량은 무려 8800% 수직 상승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스타벅스의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스타벅스는 크리스마스, 신년 등 시즌마다 예쁜 MD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네티즌들은 스타벅스가 일부러 인기 제품의 물량을 적게 만들어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스타벅스, 또 헝그리 마케팅(품귀현상을 통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것)하네"

3월 1일 스타벅스는 '헝그리 마케팅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아예 스타벅스가 영상을 조작해서 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는 네티즌도 있다.

중국 스타벅스 벚꽃 에디션(왼쪽) [사진 둥팡왕]

중국 스타벅스 벚꽃 에디션(왼쪽) [사진 둥팡왕]

중국 스타벅스가 컵 사재기 열풍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2018년) 중추절(中秋节 중국의 추석)에 출시한 '토끼 컵(兔子杯)'은 쇼트클립앱 더우인(抖音 틱톡)에서 인기를 얻으며, 최고 700위안(약 12만 원)까지 가격이 올랐었다. 스타벅스 컵 사재기 열풍은 중국 시장에서 스타벅스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헝그리 마케팅 논란'이 하필 중국 시장 판매량과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과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2018년 3분기를 기점으로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에서 9년 만에 처음으로 매장 판매량과 영업이익율이 하락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실상 최근 중국 스타벅스의 이익율은 업계 평균을 밑돌기 시작했고, 루이싱(瑞幸)커피 등 새로운 커피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스타벅스의 왕좌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스타벅스 고양이컵(星巴克猫爪杯) 사태'에는 중국 내 스타벅스의 영향력과 위기감이 함께 드리워져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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