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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측근이 밝힌 “이거 왜 이래” 날 선 반응 이유

중앙일보

입력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법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법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거 왜 이래!”

"그저 취재진에 놀라서 나온 반응일 뿐" 다른 의미 부인 #귀갓길 병원 들른 이유는 "90세 가까워 배뇨 장애"

지난 11일 낮 12시35분쯤 광주지법 법정 입구. 5ㆍ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으러 온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8시32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한 뒤부터 광주를 떠나기까지 법정을 제외한 공개석상에서 이날 나온 유일한 발언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1980년 5ㆍ18 당시)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이었다. 앞서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으시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직후였다.

광주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5ㆍ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서게 된 전 전 대통령이 기대했던 사과가 아닌, 신경질적 모습을 보이자 분노했다. 재판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전 전 대통령 측 일행의 차량을 시민들이 가로막은 계기가 됐다.

전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더니 불편한 질문에는 즉각 반응했다’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의혹을 사실상 부인한 것’ 등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런 시각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은 재판 하루 뒤인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게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측근은 “(취재진이 법정으로 들어가려는 전 전 대통령을) 자꾸 붙잡아 놀라는 바람에 나온 반응일 뿐”이라고 했다. 특별한 의도가 없는, 반사적으로 나온 신체적 반응이라는 의미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재판을 마치고 병원에 들른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측근은 “90세가 가까운 전 전 대통령은 배뇨 장애가 있다. 광주를 오가는 길에 거의 10시간을 차에 앉아계시며 소변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 일행이 탄 차량은 귀갓길 곧장 자택으로 향할 것으로 보였으나 병원을 찾아 궁금증을 불러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 전 대통령이 재판 과정에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때 재판장의 물음에 대답한 것을 두고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것 맞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해당 측근은 “그저 ‘네’ 정도 수준의 답변을 몇차례 했을 뿐”이라며 “(전 전 대통령은) 광주를 오가는 차 속에서 계속 ‘어디에 가는 거지’ ‘광주에는 왜 가지’라고 물어 부인 이순자 여사께서 계속 설명해줘야 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짧게는 5분 간격으로 묻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사과 등 광주에서 아무런 발언이 없었던 것을 두고 ‘준비는 했으나 건강이 좋지 않아 못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사실과 달랐다. 애초에 이런 발언을 준비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측근은 설명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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