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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창리가 심상찮다…장거리 로켓 발사준비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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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6일 에어버스 위성 사진에 찍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에어버스ㆍCSIS]

지난 6일 에어버스 위성 사진에 찍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에어버스ㆍCSIS]

북한이 평북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장(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을 보임에 따라 실제 발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 때 평양 외곽의 산음동 공장에서 로켓 엔진 연소 실험을 한 뒤 부품을 조립해 발사체의 각 ‘단’을 제작했고, 이를 열차로 동창리에 옮겨 최종 조립한 뒤 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히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CNN 방송 등도 8일(현지시간)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사일이나 위성용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국자 “북 과거 로켓 발사와 유사” #중국 기술 도입해 위성 제작설 #우주 이용 명분 미국 압박 최소화 #유엔 안보리선 위성 발사도 불허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 내 두 가지 징후에 주목하고 있다. 당국은 먼저 북한이 최근 중국 등 우방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위성 기술을 들여와 인공위성을 제작했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자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고 주장한 건 2016년 이른바 ‘광명성 4호’가 마지막”이라며 “북한은 그 이후 해킹 또는 다른 나라와 비공개 협력을 통해 실제 인공위성 기술 확보에 주력했고, 최근 초보적인 형태의 관측용 인공위성을 제작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을 상대로 무력시위를 하면서도 실제 인공위성을 띄우는 방식으로 미국의 예봉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다.

북한은 1998년, 2012년, 2016년에 다단계 로켓을 시험발사한 뒤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렸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인공위성을 통해 울려퍼진다”(98년)거나 “지구 관측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2016년)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쏘아올렸다는 인공위성은 우주 공간에서 포착된 적이 없거나, 포착됐어도 위성으로 정상 가동이 되지 않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한·미 당국은 북한이 다단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고 단언했다. 국제사회도 인공위성을 포함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행동도 불허하고 있다(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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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징후는 평양역 환영식이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지난 5일 귀국할 때 평양역 환영단에 군수공업부 관계자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다른 당국자가 전했다. 그는 “평양역에서 진행된 환영식에 당·정·군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며 “노동당에선 각 부의 부장이나 제1부부장이 나왔는데 이번엔 군수공업부의 태종수 부장을 비롯해 제1부부장과 부부장 등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군수공업부 관계자들의 등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응책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미 회담엔 일대 충격파를 미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은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을 북한의 비핵화 협상 파기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인공위성 발사라는 도발을 강행할지, 아니면 도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서 끝내는 카드로만 활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인공위성 카드를 내비치는 건 대미 도발을 하면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의 압박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ICBM을 가장 민감해하는데 화성-15형과 같이 실제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는 대북 추가 제재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정상가동 상태로 되돌아감으로써 핵·미사일 실험 중단 상태는 끝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창리 발사장을 이미 파괴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건 대단한 일이다. 이 기지는 곧 파괴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 감격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모든 대화에도 불구하고 정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그들(북한)은 미국을 압박하는, 오랫동안 해 온 것과 동일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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