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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재 해제” 앞서 심상찮은 워싱턴 기류부터 직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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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정부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제재 해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인데 대해 워싱턴의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 대사는 6일 싱크탱크 포럼에서 “한국은 좀 진정하고 천천히 움직이라”고 주문했다. 로라 로젠버거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장 등도 워싱턴포스트에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라도 해제하면 북한만 이로울 뿐”이란 기고문을 내며 우려를 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로 정부의 개성·금강산 제재 해재 거론에 불만을 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금 미국은 야당인 민주당마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을 중단하고 빈손 귀국한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국 헌정 사상 최악의 갈등 관계라는 공화·민주당이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한 몸이 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북한은 회담 결렬 1주일이 넘도록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침묵하며,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정상 가동해 핵물질 생산을 이어가려는 징후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구가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직접 경고음을 내는 한편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흘리고 있다.

정부가 이런 워싱턴의 기류를 직시하지 않고 제재 해제에만 집착한다면 북미 간 대화 촉진은커녕 사태를 꼬이게 할 공산이 크다.

지금은 미국과 굳건한 공조 아래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북·미는 물밑 접촉을 계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정보를 공유하면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정교한 외교로 북한이 ‘빅딜’을 수용하게끔 촉진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