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자제" 호소 귀기울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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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정부총리는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취임초부터 기획원내 이곳저곳에서 적잖은 불만을 사왔다.
어느 조직이고 위아래의 의견이 항상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없지만, 어쨌든 조부총리에 대해 기획원 사람들이 가져왔던 가장 큰 불만중의 하나는 『부총리가 농업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감상적이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쉽게 말해 농외소득의 증대를 통한 농업의 구조개편쪽으로 줄기를 잡아가려는 「골수」 기획원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농업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부총리의 입장이 때로는 매우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런 조부총리가 최근 「추곡수매가의 한자리수 인상」을 맨처음 앞장서서 들고나왔다.
이규성 재무부장관은 요즈음 재무부 이곳 저곳에서 불만을 사고 있다. 『업무를 너무 잘 알아서 숨쉴 틈이 없다』라는 상투적인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제 최후의 보루」, 「재무관료의 통렬한 고민」을 강조하던 장관이 하루아침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결심하는등 입장을 바꾸다니 그럴수가 있느냐』라는 매우 「순수한」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덧붙여 이장관은 최근 한은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에서 재무부내 실무자들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율지향적」인 태도를 취해 불만을 사기도었다.
그런 이장관이 최근 은행장들과 만나 「자율적」인 은행임금 협상에 직접 개입하고 나섰다.
지난 84년 5공치하의 서슬이 시퍼런 「한자리수 물가」시절에 모든 금융기관은 「책임자수당신설」이라는 편법을 통해 임금을 크게 올린 적이 있다.
이·장사건과 명성사건등 나라를 통째로 뒤흔드는 대형 금융사고가 휩쓸고 간뒤 「은행원들의 봉급을 현실화시키지 않고는 금융사고를 막을수없다」는 당시 김만제 재무장관의 논리가 당시로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였던 청와대의 재가도 받아낸데다, 덧붙여 언론이 은행원봉급인상을 실현시키기위해 스스로 말없이 입을 다물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랬던 언론이 요즘 은행의 노사분규를 하나둘 비판하며 나서고 있다.
왜 그같은 변화들이 왔을까. 당장 분규에 휘말려있는 은행이나 대우조선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모두들 「욕구의 자제」를 호소하는 그같은 변화에 주목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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