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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 뒤치락 대우조선 어디로 가나|파업→폐업 「마지막 항해」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막판 철야 협상 끝에 가까스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해 난파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던 대우조선사태는 노조측이 22일 오후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이 협상안을 거부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맞서 회사측도 긴급 중역 회의를 열어 직장 폐쇄를 검토하는 등 강경 방침을 내비쳐 대우조선의 운명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상태로 접어들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파국을 눈앞에 둔 대우조선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가장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은 노조측의 파업→회사와 직장폐쇄→정부의 지원백지화→폐업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국면이다.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갈라 말하는 회사측과 「어차피 한바탕 푸닥거리는 피할 수 없다」며 계속 강경 쪽으로 밀어 여온 노조측의 강경 분위기를 미루어볼 때 이 같은 비극적 운명은 누구도 원치는 않으면서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원이라는 대우조선사태의 또 다른 방향타를 쥐고있는 정부조차 경제난국 돌파와 관련해 「한자리수 임금인상」이란 확고한 원칙을 세워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같은 가능성은 더 커진다. 정부는 또 「협상」운운하면서 시간을 끄느니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까지 비치고있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 사태 다음에 올 상황을 당사자인 노-사-정 모두가 갈 알고있는 만큼 결코 어리석은 「동반자살」의 길은 택하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강하다.
격론 끝에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킨 직후 노조의 핵심간부들이 『파국돌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잠정 합의안의 내용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애써 대의원대회의 결정이 갖는 의미를 축소 해석한 것이나 김우중 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파국은 원치 않는다』고 거듭 밝히고 『아직 노조측의 공식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인 것 등이 모두 그런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부분을 얻으려다 전체를 잃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노조내부에서 고개를 들고있고『대의원 28명의 결정에 1만명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또 『이번 대의원 대회는 잠정 합의안을 노조원 총회에 부치지 않는다는 것을 결정했을 뿐』이라며 『조합원 3천명의 서명을 받으면 노조 총회에 잠정 합의안을 부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는 움직임도 일고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그 성공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노조측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를 놓고 22일 밤 늦게까지 고민한 데에서도 이번 파업 밑에는 또 다른 기류가 넓게 깔려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로 공권력개입 가능성을 들 수 있다.
대우조선이 방위 산업체로 규정돼 있어 이번 파업은 어차피 불법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공권력의 개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와 경찰은 대우조선 분규를 그 동안 관행처럼 번진 불법 쟁의 행위에 쇄기를 박기 위한 시범 케이스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공권력 행사의 범위는 상당히 넓을 것 같다. ·
노조측 관계자도 『공권력 개입 때는 맞서 싸우겠다』면서도 『노조 내 단결력이 예상보다 약화돼있고 조합원 상당수가 방위 산업 특례자여서 어차피 공권력이 들어오면 싸움에 질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사태의 악화를 막는 또 다른 변수로 현지 주민의 여론을 꼽을 수 있다.
거제 지역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침몰은 곧 거제 지역 경제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여론의 압력은 노사 양측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파국이냐, 회생이냐의 관건을 쥐고있는 것은 여전히 노사 당사자다.
그 동안 한국 노동운동이 보여온 「강경의 관성」에서 의부의 제동이 없는 한 자체적으로 협상의 복원력을 회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에 대우만은 예외가 될 수 있을 것인가가 열쇠다. <장승포=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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