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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박성현 "PGA 수준 쇼트게임 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박성현이 5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에서 열린 후원 조인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골프전문 사진기자 박준석 제공]

박성현이 5일(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에서 열린 후원 조인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골프전문 사진기자 박준석 제공]

 박성현(26)은 올해 첫 여자 골프 세계 1위 소식을 필리핀에서 접했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싱가포르에서 필리핀으로 건너간 박성현은 5일 새벽 잠자리를 뒤척이다 우연하게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달린 축하 메시지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계 랭킹이 정리된 홈페이지에서 사실을 확인한 박성현은 5일 필리핀 마닐라의 솔레어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순위가 바뀔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혼자 웃다가 놀랐다"고 말했다.

생애 세 번째 세계 1위, 4개월여 만에 최고 자리에 복귀한 박성현은 자신이 골퍼로서 꿈을 키워온 필리핀에서 또다른 행보를 이어간다. 올해부터 자신을 후원하는 필리핀 기업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의 초청으로 6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필리핀여자골프투어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 나선다. 4일 필리핀에 도착한 뒤 후원 기업 회장이 직접 나서 고급차, 헬기, 의료진 등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박성현은 "꿈만 같은 1주일을 보낼 것 같다"면서도 "연습을 하는데 생각보다 공이 잘 안 맞더라. 오히려 아마추어 골퍼들이 나보다 더 잘 치는 걸 봤다. LPGA 대회 우승하고나서 곧바로 나서다보니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5일 필리핀 마닐라 더 컨트리 클럽에서 가진 원포인트클리닉에서 일일 강사로 나선 박성현. [사진 솔레어]

5일 필리핀 마닐라 더 컨트리 클럽에서 가진 원포인트클리닉에서 일일 강사로 나선 박성현. [사진 솔레어]

그래도 박성현은 프로 골퍼가 되기 전까지 매년 동계훈련을 해온 필리핀에서 세계 1위 신분으로 대회를 치른다. 그는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마닐라 공항에 내려서 예전에 봤던 카페나 가게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내가 위대한 선수는 아니지만 LPGA에 뛰면서 톱에 있는 선수로서 많은 선수들이 더 큰 꿈을 갖고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올해 초 "세계 1위에 다시 도전하겠다"던 박성현은 "생각보다 일찍 세계 1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올 시즌 단 두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른 박성현은 스스로도 자신있어할 만큼 경기 감각이 좋은 상태다. 그는 "샷이 좋아졌다. 가장 샷 감각이 좋았던 때가 2015년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성현은 우승을 차지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81야드를 기록했다. LPGA에서도 드라이버 비거리 상위권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해 269.8야드보다 더 멀리 날렸다. 그러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82.1%), 그린 적중률(79.1%) 등 내용적인 면에서도 결과가 좋았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성현. [EPA=연합뉴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성현. [EPA=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들쭉날쭉한 경기력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쇼트게임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박성현은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바뀐 잔디 환경 등에 부담을 느꼈다. 그런 부담이 독이 됐던 것 같다"면서 "조금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낫더라. 홀에 붙든, 안 붙든 편하게 하자고 생각하니까 그린 주변에 칩인을 시도할 때도 잘 맞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퍼트 어드레스의 변화도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그는 "2016년의 퍼트 어드레스가 개인적으로 좋았다. 겨울 훈련 때 당시 영상을 찾으면서 따라해보려고 했다. 그때 느낌을 찾았다. 지난해까진 몸이 공에서 멀리 있었고 스탠스도 많이 벌려서 했는데 공에서 가깝게 서는 등의 변화를 주니까 어드레스도 편하고 스트로크도 잘 되더라"고 설명했다.

물론 박성현 스스로는 여전히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숙제가 있다"면서 남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을 언급했다. 그는 "PGA 선수들을 보면 어려운 라이에서도 스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더라. 영상을 보면서 연구하지만 왜 그렇게 하는 지 답을 아직 못 찾았다. 남자들의 힘 때문인지, 기술 때문인지, 보고 있다"면서 "PGA 수준의 쇼트게임을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5일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호텔에서 열린 메인 후원사 협약식에서 박성현이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김지한 기자

5일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호텔에서 열린 메인 후원사 협약식에서 박성현이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김지한 기자

이날 스폰서사와의 협약식 행사에 나섰던 박성현은 "올해 5승이 목표고, 그 중 한 번은 메이저 대회였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다시 밝혔다. 특히 그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다음달 4~7일)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그 대회에선 선두권에 있다가 늘 계속 멀어졌다. 아쉬운 게 많았다"면서 "ANA 인스퍼레이션은 우승 후에 특별히 호수에 캐디와 가족들이 함께 빠지는 우승 세리머니가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부럽더라. 그래서 지금 좋은 감을 계속 이어서 대회를 치를 땐 최고의 컨디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박성현은 "지금으로선 올림픽에 참가하는 게 1순위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 다음 문제"라면서 "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한 의미에서 보면 올 시즌이 중요하다. 그만큼 올해를 잘 보내야 한단 생각이 더 크다"고 말했다.

마닐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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