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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가 아닙니다' 추억의 용각산, 미세먼지가 부활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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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령제약은 미세먼지로부터 목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용각산·용각산쿨·목사랑 캔디 등을 선보이고 있다.

보령제약은 미세먼지로부터 목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용각산·용각산쿨·목사랑 캔디 등을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 라식수술을 한 조민경(26)씨는 요즘 인공눈물 없이 외출할 수 없다. 미세먼지가 갈수록 기승을 부려서다. 조씨는 “가뜩이나 눈이 건조한데다 미세먼지가 심해져 30분에 한 번꼴로 인공눈물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구강청결제와 손세정제도 외출할 땐 꼭 지참한다.
회사원 김기준(39)씨는 요즘 캔디 형태로 나온 용각산을 자주 산다. 미세먼지로 칼칼해진 목을 조금 시원하게 해준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무실이나 자동차에 두고 먹으면 일반 사탕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 자주 먹게 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소비행태를 바꿨다. 이는 상품 시장의 지각 변동으로 이어졌다. 한동안 소비자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제품이 각광받는가 하면 미세먼지에 효과가 좋다는 의외의 식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공기청정기ㆍ물걸레청소기ㆍ마스크는 ‘3대 미세먼지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최악이 미세먼지 흐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도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반전은 올해로 나온 지 52년이 된 '추억의 용각산'이다. 한때 노인의 호주머니에서나 있던 제품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엔 ‘미세먼지 마케팅’으로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용각산 미세먼지 마케팅으로 부활 #마트 브로콜리 도라지차 매출 껑충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찾는 소비자 늘어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IMS헬스에 따르면 보령제약의 용각산 매출은 2015년 43억원에서 2016년 60억원, 2017년 66억으로 의약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극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에 달한다. 기관지 내부의 점액질 분비를 늘리는 등의 효능을 강조한 콘셉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엔 젊은 세대를 겨냥해 특유의 한약 맛을 줄인 사탕 형태로 제형을 바꾸는 모험도 했다. 마케팅 포인트도 바꿨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옛 구호가 됐다.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기관지를 보호한다’로 아예 바꿨다. 보령제약 이진오 홍보팀장은 “콘셉트를 바꾸고 난 뒤 젊은 세대도 많이 찾아 효자 상품에 다시 등극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도 인기다. 미나리와 브로콜리가 대표적이다. 미나리는 칼륨이 많아 체내 중금속과 나트륨,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을 배출을 도와준다고 알려지면서 대형 마트에는 미나리를 찾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설포라페인’이라는 성분이 기도의 항산화효소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있는 브로콜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롯데쇼핑에선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미나리와 브로콜리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55.3%, 18.9%  뛰었다. 롯데쇼핑 이창균 과장은 “미세먼지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최근 갑자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나리를 이용한 미세먼지 디톡스 요리법들이 나와있다. [유튜브 캡쳐]

미나리를 이용한 미세먼지 디톡스 요리법들이 나와있다. [유튜브 캡쳐]

미나리와 브로콜리 유행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미세먼지 디톡스 요리’로 미나리 파스타, 미나리 무침 등 미나리와 브로콜리를 이용한 음식 만드는 법 조회수가 높다. 주부 장경옥(55)씨는 “아침마다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갈아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폐와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진 도라지차도 잘 팔린다. 미세먼지로 인한 염증을 낮추고 호흡기 점막 촉촉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고 찾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2월 도라지차 매출은 전년 대비 20.8% 늘었다.
물론 이런 식품의 미세먼지 배출 효능은 모두 입증된 것은 아니다. 경희대학교 호흡기내과 장복순 교수는 “용각산은 가래를 묽게 하는 증상완화제로 원인 자체를 해결해주진 못한다”며 “미나리나 브로콜리에 대한 효능도 과학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탁월한 효과는 알 수 없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위협으로 사람들이 심적인 안정을 위해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강 청결제도 미세먼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중앙포토 ]

구강 청결제도 미세먼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중앙포토 ]

외출 이후 미세먼지를 털어내려는 씻어내는 각종 상품도 생활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롯데쇼핑에선 지난 10일 동안 구강청결제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8.3% 늘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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