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용수·익년·개산불·가료…공무원만 아는 단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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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긴급복구비용을 개산불로 지불하였다. 부상자들은 병원에서 가료 중이다. 피해자들에게 구호물품을 인도하였다…."

위 문장에 쓰인 개산불(槪算拂)·가료(加療)·인도(引渡) 등은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공무원이 작성한 공문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자어다.

공문서 한자어 80개 쉬운 표현으로 바꾼다 #음용수→먹는 물,익년→다음해,가료→치료 #

행안부는 4일 이처럼 공문서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어투 80개를 선정해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기로 했다.

이번에 정비한 용어는 명사형과 서술어형가 중심이다. 명사형은 공여→제공, 내역→내용, 불입→납입, 잔여→남은 또는 나머지로 바꿔쓴다. 서술형은 등재→적다, 부착하다→붙이다, 소명하다→밝히다, 용이하다→쉽다, 기하다→도모하다 등으로 순화한다.

행안부의 정비에 따라 위의 문장을 바꿔쓰면 "○○시의 지진 피해를 긴급 복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개괄적으로 계산해 미리 지급했다. 부상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구호 물품을 넘겨주었다"로 달라진다.

행안부는 이처럼 정비된 용어를 중앙·지방공무원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온-나라 문서관리시스템에 싣는다. 정비대상 용어가 공문서에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자동검색·변환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온-나라 문서관리 시스템을통해 정비된 용어를 자동 검색, 변환할 수 있다. [행안부]

온-나라 문서관리 시스템을통해 정비된 용어를 자동 검색, 변환할 수 있다. [행안부]

또 각종 계획서, 일반보고서, 보도자료 등을 작성할 때 활용하도록 공문서 용어사전 점검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공문서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쓰지 않는 한자어를 먼저 정비했다"면서 "앞으로 어려운 외래어나 전문용어,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권위적·차별적 표현을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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