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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핵심 상권 통상임대료 조사 “‘제2궁중족발 사태’ 막는다” vs “민간 계약에 왜 끼어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궁중족발 둔기 폭행사건' 당시의 CCTV 화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건물주 이모씨. 이씨는 '방어의 기본! 정신 잃지 말고 끝까지 상대방 눈을 보고 공격하는자의 방심을 노린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모씨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궁중족발 둔기 폭행사건' 당시의 CCTV 화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건물주 이모씨. 이씨는 '방어의 기본! 정신 잃지 말고 끝까지 상대방 눈을 보고 공격하는자의 방심을 노린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모씨 페이스북 캡처]

서울시가 명동·홍대앞·광화문·영등포 등 시내 핵심 상권 150개에 있는 점포 1만5000여 곳의 임대료·권리금 등 상가 임대차 정보를 집계, 올해 말까지 공개한다.

박원순표 ‘소상공인 종합정책’ 발표 #“핵심 상권 150곳의 권리금·임대료 조사 #임대차 분쟁 해결, 임대료 안정 도모” # vs #“건물주는 무조건 부자이며 악(惡)이고, #소상공인만 대접·보호해야 할 대상인가”

지난해 서울 서촌에서 발생한 ‘궁중족발 사태’ 같이 임대료 급등 때문에 발생하는 건물주와 임차인 간 분쟁 때 유효한 참고자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간 계약에 왜 공공부문이 끼어드느냐”는 반론도 거세다.

서울시는 4일 ‘소상공인 지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시내 곳곳의 50평 이하 중소 음식점·커피숍 등의 권리금, 임대료 등을 조사해 연말까지 통상임대료를 발표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궁중족발 사건처럼 임대차를 둘러싼 분쟁은 홍대앞이나 경리단길, 익선동 등 ‘뜨는 상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시엔 건물주가 족발집 주인 김모씨에게 297만원이던 월세를 2년 만에 네 배인 1200만원으로 올리자 대립이 발생했다. 게다가 김씨는 가게 주인을 새로 구하지 못하면 권리금도 한 푼 받지 못하고 떠나야 할 처지였다.

이처럼 구도심 개발로 상권이 번성하자 임대료가 급등하고, 결국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사회 문제화하자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주요 상권의 통상임대료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지난해 임대료 인상 문제로 폭력 사태를 불러왔던 서울 서촌 궁중족발이 있던 자리. 김경빈 기자

지난해 임대료 인상 문제로 폭력 사태를 불러왔던 서울 서촌 궁중족발이 있던 자리. 김경빈 기자

민수홍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상가 임대차 분쟁조정위에 상정된 안건 중 임대료·권리금 문제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주요 상권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통해 설득력 있고 이해 당사자가 수긍할 만한 객관적 지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임대료 공개를 통해 (예비) 창업자는 합리적인 임대료 협상,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론 임대료가 안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균형추를 잃은 불공정한 정책이라는 반론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물주는 부자이며 악(惡)이고, 소상공인만 대접받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호도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 정보에 공공부문이 시비를 걸고 있는 모양새”라며 “(서울시는) 임대료와 싸울 게 아니라 상권 분석, 재무설계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아픈 데를 찾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우려 지역에서 시행 중인 ‘장기안심상가’를 현 108곳에서 내년까지 2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안심상가는 서울시가 외벽·계단 정비, 옥상 방수 같은 건물주의 리모델링 사업비를 지원(3000만원 한도)하는 대신 임대료를 5년간 최대 5% 이내로 제한하는 상생협약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내놓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면서 ▶자금 부담을 줄여주고 ▶사회안전망은 강화하며 ▶공정 거래질서를 확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촘촘한 네트워크와 앞선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창업 준비부터 운영·성장, 정리·폐업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소상공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내 모든 구(區)마다 ‘소상공인 종합지원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선 서울신용보증재단이 기존 금융지원 중심이던 업무 범위를 확대해 경영 개선 패키지를 제공한다. 현재 17개인 지점망을 올해 말까지 20곳, 2021년까지 25곳으로 확대한다.

창업 컨설팅은 아이템 선정 등 준비 단계부터 지원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 가령 A지역에서 치킨집 창업을 구상했다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 치킨집이 몇 개나 되는지,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지 등을 사전에 분석해 준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 멘토링도 업체당 최소 30회를 제공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폐업했거나 폐업 예정인 상황에도 사업장 정리 및 원상 복구비 등을 지원해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걸어서 10분 또는 반경 80m 안팎인 도보 생활권 내에 ‘생활상권’ 60곳을 조성한다. 서울의 69만 소상공인 중 80%가 지역 상권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역 특성과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경영 지도 ▶아트 인테리어 ▶점포 리뉴얼 등에 상권당 25억원(3년 간)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업체) 3곳 이상이 공동 참여해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이용 시설을 운영하면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한다.

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연리 2~2.5% 수준인 ‘중소기업육성자금’ 지원 규모를 지난해 1조원에서 올해 1조5000억원으로 늘린다. 서울시는 올해 지원받는 업체가 4만8000여 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상가. 2010년 이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가속화로 인해 이 일대의 거리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상가. 2010년 이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가속화로 인해 이 일대의 거리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하는 연구기관도 만든다. 다음 달 설립 예정인 가칭 ‘소상공인연구센터’에서는 현장 중심형 정책 제시, 상권 분석 등을 맡는다.

강병호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2017년 기준 서울시내 소상공인(5~10인 미만 소기업)은 69만 곳으로 전체 사업체 82만 개 중 83.6%를 차지하고, 종사자로는 121만 명에 이른다”며 “맞춤형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 공정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소상공인과 골목경제가 활성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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