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자리 수 인상」배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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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하반기 경제 종합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한자리 숫자 임금 정책」의 설득작업이 매우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다.
21, 22일의 잇따른 정부 투자 기관 직장 간담회·시중 은행장 간담회·긴급 경제 장관 회 의 소집 등 조순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장관들은 「각계의 소득 보장적 욕구」진화작업에 최근 만사를 제치고 뛰어들었다.
현 경제팀이 여기에 「명운」을 걸기도 했지만 문제 자체가 「경제의 사활」이 달린 일이어서 각 부처 장관들의 소관 분야에 대한 맨투맨식 설득은 앞으로 더 증폭될 전망이다
경제팀들은 일단 오는 10월 추곡 수매가 결정때면 「한자리 수」의 성패가 가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현안인 은행·정부 투자 기관 등 이른바 화이트 칼러의 임금 분쟁을 첫 고비로 삼아 어떻게든 정부의 의지를 관철시켜야겠다고 벼르는 입장.
이에 따라 설득 방법도 곁으로「이해와 협조」를 내세우고 있으나 필요하다면 기관장 문책도 불사 한다는 강온 양면책이 구사되고 있다.
○조순 부총리 주재로 열렸던 21일의 24개 정부 투자 기관 사장 간담회는 주제가 워낙 무거웠던 때문인지 시종 엄숙한 분위기.
조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일부 투자기관 노조에서 25%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형평이 훨씬 못한 농민들에게는 추곡 수매가를 30% 이상 올려 줘야 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실패는 현 경제팀의 실패며 나아가 우리경제의 실패, 국가의 실패를 초래하게된다』고 강조하고 한자리수 이내로 임금 인상을 마무리해 줄 것을 당부.
각 기관 사장들은 기회를 줘도 간담회에서 일체 말이 없었는데 한 기관장은 회의장 밖을 나오면서 『돌아가 노조에 시달릴 일이 걱정이지만 정부가 방향과 시기는 잘 택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21일 오후 갑자기 열린 재무부 장관과 한은 총재·은행 감독원장·6개 은행장의 간담회 역시 시종일관 침잠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어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가 잠시 지속되자 이규성 재무부장관이 먼저 입을 열어 『임금과 물가의 나선형 상승』을 걱정.
각 은행장들도 그간의「고층」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로 일관.
이날 간담회에서는 특히 은행장실 점거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앞으로는 「법대로」처리할수밖에 없다는 데에 의견들이 모아졌다고.
○…현경제팀의 「한자리 숫자 임금 정책」에 대한 추진의지는 22일 긴급 경제 장관 회의가 은행 임금의 재협상을 촉구키로 한데서 가장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이 정책을 원래 하반기 경제 종합 대책 발표 이후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였으나 시중 은행 임금 인상이 워낙 고율인데다 사회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있어 「엎질러진 물」 로 덮어둘게 아니라 다시 거론해야 된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됐다는 후문
이에 따라 이날 긴급 경제 장관 회의에서는 시중 은행 임금 인상 경정을 강요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간주, 원점에서 재협상을 촉구하는 한편, 은행장 점거 농성자를 사법 처리하겠다는 초강경 방침을 일사 천리로 결정.
○…경제팀은 앞으로 「한자리 숫자 임금 정책」이 설 땅을 얻으려면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곧 조 부총리가 야3당 총재를 예방, 현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
한편 정부의 방침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노총과 전민련 등 재야 운동권은 경제 정책의 실패를 정부가 근로자들에게만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전국적인 반대 운동울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상황이 따라서는 일파만파로 문제가 확대될 조짐.
그러나 현 경제팀은 애초 한자리 숫지 임금을 정책으로 채택하기 이전에 언론과 여론의 따가운 비판이 있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각오를 거듭해 배수진을 쳤다는 것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무리가 뒤따를지를 알면서도 이 정책을 밀고 나가자는데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는 공동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 한 자리 숫자 임금문제는 정부와 근로자측이 「누가 국민의 공감을 더 많이 얻느냐」를 다투면서 하반기 내내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장성효·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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