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건강] 소풍 가듯 … 즐거운 살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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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세계인의 골칫거리. 사회체육이 발달한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다. 연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78년 17%에 그쳤던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비만 인구가 2003년 무려 23%로 크게 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비만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스포츠가 선보이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부트캠프(Bootcamp)'다. 강도 높은 '해병대 신병훈련소'로 번역되지만 자연을 즐기며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야외 스포츠의 꽃으로 발돋움하는 부트캠프를 다녀왔다.

밴쿠버(캐나다)=고종관 기자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지난 16일, 캐나다 시모어 마운트 인근 노스 밴쿠버의 블루리지 공원. 페드라 안드루지악(사진) 트레이너가 10명의 캠프 참가자를 이끌고 고목이 울창한 숲 속 산책길로 들어섰다.

간단한 워밍업이 끝나자 삼림욕을 즐기며 조깅이 시작됐다. 30여 분간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땀을 흘린 참가자들은 가까운 체육공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잔디 구장에서 이어지는 고강도의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휴식 없이 한 시간가량 집중 훈련이 계속된다.

1. 팔꿈치로 무릎 찍기
양손을 귀에 댄 채 반대 쪽 팔꿈치와 무릎을 교대로 맞닿게 한다.

2. 손발 올려 V자형 만들기
손과 팔을 곧게 펴고 공중에서 만나도록 한다. 2∼3초 버틴 후 제자리로 돌아온다.

3. 옆구리 근육으로 버티기
몸을 옆으로 뉘어 일직선을 만든 뒤 한쪽 팔꿈치로 버틴다. 이때 위쪽에 위치한 팔을 뻗어 균형을 잡는다.

4. 팔꿈치 대고 엎드려 버티기
머리에서 발끝까지 일직선으로 만들어 5초간 버틴다.

부트캠프는 모든 운동이 야외에서 이뤄진다는 게 특징. 비나 눈이 와도 예외가 없다. 트레이너가 요가매트, 덤벨, 튜빙, 밸런스 볼 등을 차에 싣고 와 프로그램에 따라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심장 강화 35~40분, 지구력 강화 20~25분, 복근 운동 15분, 그리고 나머지 요가.스트레칭 등으로 구성된다. 운동 장소와 프로그램이 매회 다르다는 것도 특징. 안드루지악 트레이너는 "만나는 장소를 미리 공지해 다양한 자연을 체험케 한다. 또 유산소.근력.유연성 등 3대 필수 운동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지루하지 않게 덤벨 체조, 튜빙 운동(고무밴드를 이용한 근력운동), 요가 내용 등을 바꿔준다"고 설명했다.

벌칙도 운동으로

부트캠프에 참가하는 사람은 스스로 운동목표를 정하고 이를 수행해야 한다.

4주 전부터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로렌 문(여.42)은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공복상태에서 몸무게와 복부.팔.허벅지 둘레 등을 재고, 자신이 달성 가능한 운동목표를 정한다"고 말했다. 목표 관리를 위한 일지 기록은 매우 구체적이다. 캠프에 참가하지 않는 날조차 운동 시간과 방법, 식사내용을 꼼꼼히 적어 매회 트레이너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수행 여부를 점수화해서 벌칙과 보상을 준다. 예컨대 성실히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1㎏ 감량할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산다'든가, '2달러씩 저축해 캠프가 끝나는 날 자신이 평소 원했던 옷을 산다'는 식이다.

벌칙은 운동으로 대체한다. 확실한 목표를 써오지 않거나, 지각 또는 일지를 가져오지 않았을 때 매회 운동이 끝나고 나서 팔굽혀펴기를 10개 이상씩 추가한다는 것. 그렇다고 운동을 무리하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안드루지악 트레이너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개인의 체력, 신체적인 조건에 따라 스스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웃으며 따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높은 운동강도를 견뎌내며, 체력이 좋아지고, 비만이 개선되는 효과를 본다는 것.

식사는 조금씩 자주

식사 관리도 일지를 통해 한다. 다음날 먹을 식사 내용과 양을 미리 정해 트레이너에게 제출하면 칼로리.영양을 고려해 수정해 주는 식이다.

특징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식사를 하루에 적은 양으로 4~6회 하라는 것이다. 식사를 거르거나 너무 적게 먹는 것은 너무 많이 먹는 것만큼 나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또 식사 간격은 2~4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한다. 식사량은 주먹 크기로 계산한다. '빵과 국수류는 하루 두 주먹 이상 섭취하지 말라'는 식이다.

둘째는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 항상 물을 가까이 둬야 하며, 하루 약 3ℓ 섭취를 목표로 하라고 제시한다. 그리고 물 마시는 게 습관이 안 된 사람은 한 잔 마실 때마다 일지에 동그라미를 그려 횟수를 늘리도록 했다.

셋째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식사를 즐기라고 권한다. 다양한 샘플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시장을 볼 때 건강 식재료를 사서 냉장고에 재워두도록 권유한다. 몸에 좋은 요리는 결국 좋은 식재료에서 나오기 때문. 주 1회 '특별한 날'을 정해 먹고 싶던 것을 즐기고, 운동을 쉬도록 하는 것도 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평소 즐겼던 식단이 바뀐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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