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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시장에서 3만원 주고 산 팔찌, 실제 가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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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위안(潘家园)은 베이징 동부에 위치한, 4.85만 제곱미터 규모의 골동품 시장이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판자위안(潘家园), 리우리창(琉璃厂), 상하이 위위안(豫园), 난징 푸즈먀오(夫子庙), 지난의 잉숑산 문화시장을 5대 골동품 시장으로 뽑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바로 판자위안이다.

판자위안의 풍경 ⓒ동방 IC

판자위안의 풍경 ⓒ동방 IC

4천 개가 넘는 점포에서 만여명의 상인들이 이 곳에서 이런저런 고서적과 그림, 동전, 보석, 공예품, 수집품, 장식품 등을 거래한다. 시장을 오가는 하루 손님이 7만여 명, 그 중 외국인이 1만여 명, 연간 거래액은 수십억 위안에 이른다. 베이징을 방문한 각국의 정상들도 이곳을 방문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을 들 수 있다. (힐러리는 여기서 민국시기에 만들어진 주석 주전자를 구매했다) 베이징에 가면 만리장성에 오른 후 베이징오리를 먹고, 자금성을 방문한 뒤 판자위안을 둘러보는 것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관광코스 중 하나다.

1992년에 민간 골동품 거래시장으로 변모한 이곳이 처음부터 골동품시장은 아니었다.

신중국 성립 전 판자위안은 베이징 외곽의 작은 촌락에 불과했는데, 당시에는 이 곳을 판자야오(潘家窑)라 불렀다. 야오(窑)란 벽돌이나 도자기를 굽는 가마라는 뜻이다. 일찍이 베이징 성 안 강의 동쪽에는 벽돌을 굽는 여러 가마터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중 벽돌굽는 수완이 가장 좋아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던 가마터의 주인이 산둥성 지닝 출신의 판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1960년에 이르러서 이 판씨 성을 가진 사람을 주류로 한 가마터는 점점 사라지고, 주거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래도 역시 사람들은 이곳을 판자야오라 불렀다. 판자야오가 판자‘위안(园)’이 된 것은 이 일대가 주택단지로 발달하면서 가마터라는 불리는 것을 싫어하게 된 주민들이 위안 대신 ‘집의 정원’이라는 뜻의 가원(家园)으로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판자위안에 골동품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1992년부터다. 1990년대 민간 골동품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전국 최대 골동품시장으로 발전했다. 판자위안은 가장 규모가 큰 데다가 거래되는 품목도 다양한데 그 이유는 상인 구성원의 60%가 베이징 이외의 28개 성과 소수민족 자치구 출신이기 때문이다. 800년 고도인 베이징 한복판인 이 곳에서 한족 중심의 전통문화 뿐만 아니라 중국 내의 소수민족의 다양한 문화가 담긴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골동품 시장, 판자위안의 풍경을 살펴보자

ⓒ동방 IC

ⓒ동방 IC

판자위안은 중국에서 가장 큰 골동품 시장이다 보니 이야깃거리도 많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벌어진 일이다. 베이징에서 나고 자라며 가정을 이룬 장씨는 판자위안을 돌아다니며 소소한 장신구들을 즐겨 샀다. 그로부터 몇 십년 후, 아들이 결혼할 시기가 되었지만 베이징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집을 마련해 줄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그는 30년여년 전, 판자위안에서 200위안을 주고(한화 약 3만원) 산 삼색 옥팔찌를 며느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젊은이들이 하기엔 다소 노티(?)나는 디자인의 옥팔찌를 받은 며느리. 그렇다고 시어머니가 주신 물건을 함부로 버릴 수는 없어, 조용히 장롱에 넣어두었다. 다만 옥팔찌와 세트였던 작은 부처 장식이 마음에 들었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늘 지니고 다녔다.

삼색 비취옥 팔찌 ⓒ바이두백과

삼색 비취옥 팔찌 ⓒ바이두백과

어느 날, 옥에 대해서 잘 아는 동료가 그가 지니던 부처 장식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며느리는 ‘싸구려 가짜 옥 장식이 들통났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알고보니 이 부처 옥장식은 최소 5만위안의 가치를 지닌 진품이었다. 게다가 전문가를 통해 시어머니가 준 옥팔찌까지 감정해보니  A급 천연옥으로 밝혀진 이 팔찌는 200만위안 이상의 가치를 지닌, 그야말로 진품에 명품으로 밝혀졌다.

 부처 장식ⓒ바이두백과

부처 장식ⓒ바이두백과

며느리는 이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렸는데, 그 때부터 장씨는 이 팔찌를 며느리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신경쓰며 내심 돌려받고자 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하나 더 있는 아들에게 베이징에서 작은 집을 사줄 수 있는 가격을 지닌 팔찌를 며느리에게 주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족에게 준 물건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기도 껄끄러운 상황이 아닌가. 판자위안에서 얻은 행운이 괜한 분란거리가 되어버린 셈이다.

관광객들이 판자위안에서 중국 방문 기념으로 사는 물건들은?

요행을 바라지 않고 중국문화가 담긴 볼거리나 기념품을 찾는다면 골동품 시장만큼 괜찮은 장소도 없는 듯 하다. 한국에서야 베이징 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유럽권 국가인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는 최소 7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리고 옥으로 만든 장신구나 도자기는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서구문화권, 혹은 기타 문화권의 외국인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 수 있다.

1. 경극 화장 마스크 세트

ⓒ판자위안 위챗계정

ⓒ판자위안 위챗계정

중국문화에서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것을 꼽자면 경극이다. 게다가 경극은 베이징의 극이니, 베이징에 와서 살 만한 물건이 된다. 경극의 화장은 경극의 내용 또는 인물의 형상, 성격까지 담고 있는 것이니 경극 화장 마스크 세트는 사람들이 중국을, 베이징에 다녀온 것을 기념하기에 가장 좋은 물건이라 볼 수 있겠다.

2. 그림자극 인형(皮影 피영)

 ⓒ판자위안 위챗계정ⓒ

ⓒ판자위안 위챗계정ⓒ

피영은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문화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가죽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그림자극 인형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기념품이다.

3. 도자기

 ⓒ판자위안 위챗계정

ⓒ판자위안 위챗계정

전통 시대부터 무역 등을 통해 세계 각지로 수출됐던 중국 도자기. 영어로 china는 중국 외에도, 도자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니 서구문화권에서는 중국을 도자기의 나라로 알고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게다가  판자위안은 항아리, 병, 그릇, 찻잔 등 가장 많은 종류의 도자기를 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니 하나쯤은 기꺼이 구입할 것 같다.

4. 중국화

 ⓒ판자위안 위챗계정

ⓒ판자위안 위챗계정

판자위안에는 서양화풍과는 완전히 다른, 중국 서예나 중국화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문방사우와 관련된 품목들도 많다. 진품과 가품 여부에 상관 없이 충분히 관광객들을 심취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5. 사회주의 중국의 특색 소품들

 ⓒ판자위안 위챗계정

ⓒ판자위안 위챗계정

중국은 세계의 몇 안되는 사회주의 체제 국가 중 하나다. 붉은 별, 마오쩌둥 초상으로 대표되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문화’를 반영하는 소품들은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것이다.

* 베이징 판자위안(潘家园)
주소 : 베이징시 차오양구 화웨이리 18호(北京市朝阳区华威里18号)
운영시간 : 주중(월 - 금) 8:30 -18:00, 주말(토, 일) 4:30 - 18:00

차이나랩 조채원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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