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의「임금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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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6일 각 은행 노조대표들이 경영진들과 합의한 임금협상안 (기본급 14.5%를 포함, 전체인상률 21.7%)이 조합원의 찬반투표에서 상업·조흥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결됐거나 부결될 전망이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반대표가 63.9%에 달했으며 가결된 은행의 경우도 찬성표가 가까스로 50%를 넘었다.
불만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이 당초 제시했던 인상안인 기본급 기준 22.9%에 비하면 이번 합의된 내용은 크게 미흡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 노조 간부들이 은행장 실을 점거하는 과격 행동을 보인 것을 보면 그들의 욕구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노조대표들이 힘겨운 협상 끝에 합의한 내용을 조합원들이 거부하는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은 수긍보다는 의외로 받아들이는 측이 많을 것 같다. 은행원들은 그래도 이 사회에서는 대접받는 계층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고, 21.7%라는 인상률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 같은 결과를 낳게 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금융권을 대표한다는 시중은행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신들의 봉급이 단자나 증권은 물론 지방은행들보다 낮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음직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감정적인 대응이 있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별 실속도 없이「은행원다운」의무만을 강요(?)받아온 데 따른 본능적인 거부감이 차제에 「본때」를 보여 주자는 식으로 발산됐다는 것이다.
최근 조순 부총리가 은행장들을 불러 작년 수준의 임금인상을 권고한 것도 오히려 이들의 반발을 부추겼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 같은 감정적 대처에 앞서 은행원들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은행원들을「대우」해주고 있으며 은행원들은 싫든 좋든 간에 그만큼의 대우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을 느껴야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사회경제 현실을 생각할 때 은행원들도 자기가 선 자리를 되돌아 볼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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