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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당 종업원 “잘 되지 않으면 김 위원장 오시지도 않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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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식당 ‘평양관’ 내부 모습. 북한 여종업원은 한국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백민정 기자]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식당 ‘평양관’ 내부 모습. 북한 여종업원은 한국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백민정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기자의 질문에 서빙하던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식당 ‘평양관’ 여종업원 김모씨의 표정이 순간 경직됐다. 그러나 금세 나긋한 목소리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서울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취재차 왔다고 밝힌 뒤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 잘 될까요?”라고 재차 묻자 김씨는 이번에도 “어떻게 보십니까”라고 받아쳤다. 그런 뒤 단호한 어투로 “우린 결과를 봅니다”고 답했다. “잘 될 거로 보시네요”라고 하자 “잘 되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오시지도 않습니다”고 말했다.

2008년 문 연 하노이 ‘평양관’ 표정

23일 찾은 평양관 2층에는 노란색 투피스를 입은 북한 여종업원 5~6명이 바쁘게 손님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모두 김 위원장에 대한 질문엔 당황한 기색으로 답을 피했다. ‘최고영도자’에 대한 질문에 북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반응이다.

‘최근에 북한 사람들이 식사하러 왔는지’ ‘영빈관에서 식사 배달 주문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모두 눈을 피하거나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영빈관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등 이번 정상회담 북한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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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종업원들은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과는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한국 손님들이다. 하노이에서 북한식당은 평양관과 고려식당 등 2곳이 있다. 평양관이 2008년 먼저 문을 열었다. 대북제재가 강화된 몇 년 전부터 문닫을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하면서 식당도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다고 현지 교민들이 전했다. 매일 오후 8시 식당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선 공연도 열린다.

하노이에서 교육 사업 중인 현지 교민 나일우씨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이 하노이에 정말 많이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 또는 해외에서 손님이 오면 북한식당에 한두 번씩 모시고 오게 된다”고 말했다.

메뉴는 대부분 한국 음식으로 북한 음식은 평양냉면 정도다. 가격은 베트남 현지 식당에 비해 2~3배 비쌌다. 김치·된장찌개가 15만 동(약 7000원), 소고기철판볶음 46만5000동(약 2만3000원), 낚지소면볶음 35만 동(약 1만2000원) 등이다. 밑반찬은 나박김치·더덕무침·어묵·오이가 나왔다.

하노이=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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