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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만시지탄 4강 대사 교체, 코드 대신 능력으로 인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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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가 조만간 중·일·러 등 4강 대사를 교체키로 하고 인선에 착수했다고 한다. 당연한 수순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임명으로 주중 대사는 한 달 넘게 공석인데 후임자 하마평조차 들리지 않아왔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1000만원 수수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는 데다 내년 총선 출마를 꿈꾸고 있다. 이수훈 주일 대사는 취임 15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과 처음으로 오찬을 했을 만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북핵 위기는 물론 4강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 무역의 비중이 엄청난 경제환경 탓에 외교에 목숨을 걸다시피 해야 하는 나라다. 그 외교의 핵심 전장인 4강에 파견되는 대사들은 주재국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웬만한 갈등은 현장에서 돌파할 수 있는 교섭력,순발력이 필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능력을 인선의 잣대로 삼는 대신 지난 대선 때 캠프에 참여했던 비외교관 출신 친문 인사들로 4강 대사를 채웠다. 4강 외교의 실종은 여기서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대통령 측근이란 입지를 활용해 양국관계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무게감을 토대로 주재국과 네트워크를 넓힌 대사는 찾아볼 수 없었고, 전문성 부족으로 외교 활동 폭만 좁혔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제 코드 인사는 끝나야 한다. 전문가와 실력자를 써야 한다”는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적이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만큼은 코드 논리에서 벗어나 초당적으로 인재 풀을 가동해 능력과 품격을 갖춘 인사들을 4강 대사에 앉혀야 한다. 취임 한 달 만에 이홍구 한나라당 고문을 주미 대사에 전격 기용해 대미 관계의 기반을 다지고, 국내적으로도 ‘탕평의 모범’이란 평을 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혜안에서 교훈을 찾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