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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못받는건 누구 책임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내일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이제는 나가야합니다. 우리들의 안전귀가를 보장해 주십시오』
『여러분들은 국가공무원법과 집시법을 위반한 현행범입니다. 오늘 집회를 주도한 대표들을 연행하기 전엔 안전귀가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15일오후11시쫌 서울대 정문앞.
학생들이 삼엄한 경비를 펴는 가운데 1m가량 열려진 철제 미닫이문을 경계로 교사대표와 경찰간부가 벌이는 팽팽한 실전.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전격적으로 열린 전교조서울시지부결성식을 마친 교사 8백여명이 9시쯤 교문을 나서 귀가하려 했으나 경찰이이들 대표를 연행키 위해 학교밖에서 포진하게 되자 양측이 2시간에 걸쳐 벌인 네번째 교섭현장.
『경찰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여러분을 전원 연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 대표의 명단을 제출하겠습니다. 내일 소환장을 발부하면 경찰에 자진출두 하겠습니다』
「현장연행」과 「소환장발부후자진출두」를 주장하는 양측의 대화는 결렬됐다.
교사들은 『경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의견을 모으고 열을지어 학교밖으로 나갔으며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을 속속 연행했다.
『우리가 노조를 만든 것은 학교현장에서 희생들에게 더 참되고 충실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리라고 믿어요』
경찰에 양팔을 잡힌 채 호송버스에 오르며 30대 교사는 또박또박 말했다.
『학생들의 참된 학습권을 실현키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는 교사들의 주장.
현행법상 불법행위를 한 교사를 적법하게 연행했다는 경찰의 입장.
당장 내일부터 학생들이 받게될 수업결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눈길은 경찰병력 뒤꽁무니에 속수무책으로 서있는 문교부·서울시교위 관계자에게로 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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