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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주몽으로 전성기 맞은 탤런트 송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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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6일 만난 그의 표정에서 전날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완주 후 바로 촬영장으로 직행했다니 정말 강철 체력이다. "철인 3종 경기 같은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 가져달라"는 이 대한철인3종경기연맹 부회장의 멘트에서는 연기 못지않은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의 얼굴에는 턱수염이 없다. 청년 주몽 연기를 위해 턱수염을 영구 제모했기 때문이다. '남성성'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물음에 " '주몽'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것도 했을 것"이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주몽'(MBC)뿐만 아니라 '연개소문'(SBS), '대조영'(KBS) 등 방송 3사의 고구려 드라마 제작진이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 됐던 것은 이 같은 열정 때문이었으리라.

-최고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몸은 피곤해도 반응이 좋으니 마음이 행복하다. 언제 이런 큰 드라마에서 주연을 해보겠는가. 하지만 부담도 크다. 지금까지는 해모수 역의 허준호 선배가 드라마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해모수가 죽고 나면 주몽과 소서노, 대소왕자가 끌고 가야 한다. 예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는 것이다."

-처음 주몽 역을 주저한 이유는.

"주몽 역을 요청받았을 때 '연개소문''대조영'에서도 제의가 왔었다. 주위에서는 '해신'에 이어 또 사극을 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김을동)만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주몽이 고구려 드라마의 첫출발인데다 우리 시조를 다루는 의미 있는 드라마라는 이유에서다. 어머니가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셨다."

-스스로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한다는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을 할 뻔하다가 무산된 뒤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정치활동을 방송사에서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순신 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정의 조건' '해신'에 연이어 출연,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그때 이순신 역을 했다면 주몽 역은 맡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어머니에게 감사할 일이다."

-사모님이 좋아하는 배우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 '애정의 조건''해신' 두 작품 모두 감독들은 캐스팅을 주저했지만, 감독 부인들이 적극 추천해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사모님'들이 좋아하는 배우라는 별명이 붙었다. 두 작품 모두 주연보다 더 각광 받아 '주연 잡는 조연'이란 말까지 듣게 됐다."

-어머니로부터 연기수업을 받는가.

"가족끼리는 운전도 못 가르친다고 하지 않는가. 어머니에게 연기를 배울 때는 고성이 오가고, 대본이 하늘에 날아다닌다. 그래도 연기하다가 막히면 상의를 한다. 캐릭터 등 큰 틀에 대해서만 조언 받는 정도다."

-학창시절이 궁금하다.

"공부와 담쌓아 부모님께 걱정 많이 끼쳐 드렸다.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4수를 하고도 미대에 결국 못 갔다. 무대미술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대학 가서도 방황했다. 뭔가 다른 길 찾으려고 미국연수를 갔는데, 외환위기 때문에 1년도 못 돼 돌아왔다. 내 운명인 연기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 그렇게 많은 방황을 한 것 같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때문에 요즘 취미가 그림과 사진이다. 촬영현장에서도 쉬는 시간에 스태프들의 사진을 찍는다."

-주몽 역을 맡은 게 운명이라고 했는데.

"외증조부(김좌진 장군)께서 내게 큰 소임을 맡기신 것 같다. 지난해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일로 중국에 갔을 때 충동적으로 활을 산 것만 봐도 그렇다. 어릴 때 공부는 못했지만, 나쁜 길로 접어들지는 않았다. 최소한 조상 욕 먹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통해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내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외증조부 기념사업에 전재산을 쏟아부어 집까지 날릴 뻔했다. 그때는 어머니를 원망하며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념사업을 적극 돕고 있다.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일,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정치활동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경기도 광주)에서 무소속 홍사덕 후보를 도운 것은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하시는데 자식 된 도리로 어찌 뿌리칠 수 있겠는가. '주몽' 때문에 인기가 높아지면 정치권의 유혹이 뻗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정치판 근처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다."

-여성팬이 많다. 이상형은.

"참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잘할 수 있는 여자여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그동안 어머니에게 잘 못해 드렸기 때문에…."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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