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월드컵 경기 HD TV로 보는데도 화면이 왜 깨끗하지 않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 같은 현상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다채널방송(MMS) 시험 방송을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방송사들은 "MMS는 채널당 1080i 방식으로 한 가지 프로그램만 전송하던 것을 720p의 HD 방송과 480p의 SD 방송으로 나눠 방송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 있어 시청자들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080i나 720p(용어설명 참조)나 모두 HD 방송 규격이기 때문에 MMS를 하더라도 화질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설명이지요. 고화질 프로그램 하나만 보느냐, 화질은 약간 떨어지지만 여러 가지 중에서 골라 볼 것인지는 결국 시청자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왜 화질이 떨어지나= 꽃 박람회를 떠 올리면 쉽게 이해를 할수 있어요. A라는 회사가 19t 트럭 한 대 분의 꽃을 매일 날라 아름다운 꽃밭을 꾸미려고 합니다.

이 꽃으로 가로 1920m, 세로 1080m 규모의 꽃밭의 짝수 줄과 홀수 줄을 번갈아 바꿔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가로 1280m, 세로 720m인 꽃밭에 꽃들을 매일 전부 갈아줄 수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가 1080i 방식이고 뒤가 720p 방식입니다. 1080i는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이틀에 한 번씩 새 꽃으로 갈아주니 싱싱한 맛이 덜하고 720p는 섬세한 표현에선 좀 뒤지지만 늘 생생한 꽃을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1080i 방식은 드라마 등에 잘 맞고, 720p는 스포츠 중계에 더 적합하다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데이터 전송률을 낮춘 데서 발생합니다. 1080i나 720p나 필요한 데이터량은 초당 19메가비트(19Mbps)로 비슷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19t 트럭 한 대 분량의 꽃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MMS를 하면서 1920×1080크기이던 꽃밭을 1280×720 방식으로 바꾸고 720×480짜리 하나를 늘렸습니다. 큰 꽃밭에 꽃 13t을 배달하고 작은 꽃밭에 6t을 배달하게 된 것입니다. 매일 19t씩 들어오던 싱싱한 꽃이 13t으로 줄어드니 구석 구석에 시든 꽃도 생기고, 색도 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1080i 방식이나 720p 방식이나 화질에 큰 차이가 없어야 정상인데 실제로는 화질이 나빠진 것입니다. MMS를 시행하는 방송사에서는 "압축 기술이 좋아져 13Mbps로도 충분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고화질 대 다(多)채널=채널 하나당 한 가지 프로그램만 보낼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디지털 방송은 여러 프로그램을 보낼 수 있습니다. 19Mbps를 다 써서 좋은 화질로 보낼 수도 있고, 13Mbps와 6Mbps로 나눠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보내도 됩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고화질로 프로그램 하나를 보내는 것보다 화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프로그램 두 개를 보내는 쪽을 선호합니다. 광고 수입도 높일 수 있지요. 방송기술인연합회(방기연)는 "MMS는 디지털방송 활성화와 시청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형 디지털 TV의 성능이 최고로 발휘되는 고화질의 TV를 보고 싶은 것이지 화질이 나쁜 여러 프로그램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도 HD 방송은 전체 프로그램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데 저화질 채널만 자꾸 늘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한편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디지털 케이블TV가 고화질 방송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1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회 'KCTA 콘퍼런스 2006'에서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HD에 길들여진 시청자는 저화질 쪽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파와 경쟁하기 위해선 고화질 콘텐트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