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농산물 브랜드 육성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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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세계 각국 비정부기구(NGO)로부터의 거센 반대로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국제 무역 시장 개방의 대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주었다. 특히 농산물 수출국의 시장 개방 압력과 의지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분위기다.

시간이 별로 없다. 국내 농산물 시장의 문고리만 움켜쥐기보다는 개방에 대처해 국제 시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영농 규모화와 품질 고급화 등을 통한 활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농업 구조조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개방 파고에 대처할 수 있는 한 방안으로 우리 농산물의 브랜드 육성이 중요하다. 미국이나 뉴질랜드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에서는 농수산물의 브랜드 육성이 매우 발달해 있다.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미국 오렌지'선키스트'나 뉴질랜드 키위 '제스프리' 등은 성공적인 농수산물 브랜드 사례로 볼 수 있다.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도 개별 수출이 어렵게 되자 1988년 '뉴질랜드 마케팅 보드'란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자회사를 세워 자국 키위를 고급 브랜드로 개발.관리하고 있다. 치밀한 브랜드 전략 및 체계 아래 적극적인 마케팅과 품질 관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정부도 브랜드 없는 개별 수출을 법으로 금지할 정도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까다로운 관리 덕분에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는 비싼 값에 많이 팔려 현재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경쟁력이 있다. 농산물 가격이나 품질.품종 등에서의 경쟁 우위는 과학적 연구와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우리의 입맛과 습관, 그리고 전통과 문화를 반영한 브랜드는 외국 농수산물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상훈 인터브랜드 DC&A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