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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하노이 답사 앞서 ‘광저우 1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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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의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맨 왼쪽)이 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지난 16일 도착했다. 이날 김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로 예상되는 5성급 호텔 중 하나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의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맨 왼쪽)이 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지난 16일 도착했다. 이날 김 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로 예상되는 5성급 호텔 중 하나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베트남 현지답사에 앞서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1박을 함에 따라 김 위원장의 ‘경제 시찰 동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하노이를 찾은 김창선 일행은 지난 15일 광저우를 거쳐 다음날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창선 일행은 15일 오후 중국 국제항공공사(에어 차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베이징에 도착했는데 곧장 중국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광저우로 날아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16일 오전 하노이에 도착했다.

베이징~하노이 직항 이용 안해 #김정은 광저우 경제시찰 가능성 #김정은 앞서 사전답사일 가능성 #공장 내부까지 들르지는 않은 듯 #소식통 “베트남 당국이 방문 추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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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하노이 간 직항 노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광저우에서 숙박한 뒤 하노이로 향한 셈이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 당국자들은 직항이 없는 지역을 방문할 때 통상 베이징 내 북한 대사관에 머물면서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김창선 부장이 광저우까지 이동해 숙박하고 하노이로 향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창선의 광저우 경유 배경을 놓곤 김 위원장의 광저우 방문을 앞둔 사전조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창선의 동선은 김 위원장의 활동 반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광저우는 중국 개방의 실험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2006년 1월 광저우에서 이틀간 머물며 각종 산업시설을 찾았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기간에 마리나 샌즈 베이 호텔의 전망대에서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직접 봤던 만큼 하노이를 오가면서 아버지(김정일)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김창선 ‘하노이서 40㎞’ 삼성전자 공장 주변 돌았다

이 경우 하노이 정상회담으로 이동하면서 광저우까지 보는 ‘부수적’ 효과를 얻는 셈이다. 또 김 위원장 전용기인 ‘참매’를 이용할 경우 비행 상황에 따라선 광저우를 중간 기착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에선 김 위원장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만큼 김 위원장의 동선을 흐리기 위한 연막 숙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광저우 방문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17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로 유력한 베트남 하노이의 국립컨벤션센터(NCC·오른쪽)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유력한 JW 메리어트 호텔(왼쪽)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로 유력한 베트남 하노이의 국립컨벤션센터(NCC·오른쪽)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유력한 JW 메리어트 호텔(왼쪽)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선발대 격인 김창선 일행은 16일 하노이에 입성한 뒤 도착 당일인 이날 하루에만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과 멜리아 호텔,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 호텔 등을 찾으며 현장을 점검했다. 베트남은 북한 대표단에 영빈관을 숙소로 내주며 예우했다. 김창선 일행은 17일엔 사전답사 이틀째 일정으로 박닌성과 타인응우옌성을 찾았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창선 일행은 이날 오전 7시쯤 하노이의 영빈관을 나온 뒤 차량으로 40여㎞ 떨어진 이들 두 곳의 산업단지를 둘러보며 지나갔다. 박닌성과 타인응우옌성엔 삼성전자가 투자해 각각 2008년과 2013년 완공한 휴대전화 제조 1·2 공장이 있다. 두 공장에선 연간 1억6000만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인도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였다.

정부 당국자는 “김창선 부장은 김 위원장의 동선과 의전을 총괄하는 인물”이라며 “첫날은 (북·미 정상회담) 회의장과 숙소 후보지를 둘러본 데 이어 둘째 날엔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체류하며 방문할 시설들을 사전에 둘러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최소 사흘 이상 베트남에 체류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상회담 이외의 시간에 참관할 다양한 시설을 베트남 측이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산업시설도 포함돼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사전답사 차원에서 16일 현지에 도착한 김 부장이 사전에 여러 곳을 둘러본 뒤 이동 동선과 경호원들의 배치 가능성 등을 고려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일정을 최종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현지에선 베트남 당국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지로 추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베트남은 지난 12일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평양에 파견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과 관련한 실무를 조율했다.

김 위원장이 이들 공장을 방문한다면 베트남 개혁·개방의 현장, 특히 한국 기업의 투자로 건립된 첨단시설을 목격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첨단산업 도입을 통해 ‘단번 도약’을 꿈꾸고 있는 김 위원장의 관심에 딱이라는 점에서다. 단 김창선 일행은 삼성전자 공장 인근의 도로를 이동했지만 공장 내부까지 들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베트남 주재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아직 북측 인사가 공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베트남) 당국으로부터도 방문 예정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알렸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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