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다음날 사망사고 낸 군인에 강등 처분…법원의 판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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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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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마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망사고를 낸 군인이 강등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1심과 2심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김우진)는 육군 부사관 A씨가 사단장을 상대로 “강등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2월 28일 오전 8시 40분쯤 강원도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6%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유턴하던 택시와 충돌해 기사를 사망케 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의 부대장은 이런 범죄사실을 근거로 강등 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택시가 유턴할 수 없는 장소에서 예측할 수 없게 운전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음주운전과 사망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경우 전날 술을 마시고 잠을 잔 뒤에 출근하던 중 사고를 냈으므로 통상의 음주운전과 달리 참작할 사정이 있고, 택시 측 과실이 더 크다고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강등처분은 과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을 인정하더라도 강등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의 일반적 특성을 고려하면 운전자가 음주 상태에 대해 인지했는지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발생한 사망사고에서 비행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비록 택시 측 과실이 사고의 상당한 원인이 됐다고 해도, A씨가 술에 취해 제한속도인 시속 40㎞를 현저히 초과해 운전한 과실로 사고가 났고 이런 범죄사실로 형이 확정됐으므로 음주운전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에 관한 징계 중 가장 가벼운 강등을 선택한 만큼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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