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폼페이오 "제재 완화, 김정은 결단에 달려" 영변+α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제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재 완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에 달렸다"고 압박했다. "제재 완화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게 우리의 전적인 목표"라며 한 말이다. 이번 주말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와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문을 조율에 들어간다. 실무협상을 앞두고 마지막 카드인 제재 완화를 꺼낸 것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 최대치를 끌어내려는 승부수로 보인다.

"제재 완화 대가 좋은 결과 우리의 목표" #비건-김혁철, 이번 주말 2차 협상 앞서 #'영변 너머' 우라늄·사찰 등 노린 승부수 #"종전선언 많이 논의했다" 진도 나간 듯

폴란드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CBS와 인터뷰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7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핵 감축 협상 때 했던 '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유명한 경구부터 꺼냈다.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믿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그렇게 밝혔고, 우리는 신뢰하되 검증하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그가 비핵화를 하는지 지켜볼 것이며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다. "그때까진 전 세계가 시행한 경제 제재는 유지돼야 하며 모든 나라가 이를 최선의 이익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게 우리의 전적인 목표"라며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매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고, 그가 했던 말을 이제는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가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이외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모두 해체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대로 핵물질 제조시설 해체와 검증, 핵·미사일 폐기 등 의미있는 조치엔 제재 완화가 뒤따를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제재 완화는 미국만이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밝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도 마찬가지다. 마크 내퍼 국무부 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은 14일 워싱턴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만나 "개성과 금강산도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며 풀려면 안보리 이사국의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질적 조치없이 완화가 쉽진 않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비핵화 검증을 한 뒤 제재를 해제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라고 재확인했다. "수년 전 우리는 물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엄청난 돈을 건네고 경수로 건설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1994년 제네바 합의를 거론하면서다. 그는 별도 현지 기자회견에서 "남은 2주 동안 최대한 진전을 이루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핵화 분야만 아니라 군사적 위험과 긴장을 줄여 평화를 얻는 방안과 북한 주민들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에서 종전선언에 관해선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국전 종전선언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느냐"는 데 "종전선언은 많이 논의해왔던 문제"라며 "우리는 비핵화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 대해 논의해왔고, 두 정상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그는 "내 협상팀을 하루 이틀 안에 싱가포르 논의 사항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기 위해 아시아로 다시 파견할 것”이라며 비건 대표가 주말인 16~17일쯤 2차 실무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 최대한 압박으로 복귀할 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독트린의 핵심 원칙은 적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할지 말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당신이 말하는 의미의 데드라인은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