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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으로 다시 주목받는 '文의 남자' 김경수 지사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3일 부산 사상 대호PNC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 미래, 부산 대개조 비전선포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시민들과 함께 부산 대개조 피켓을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3일 부산 사상 대호PNC에서 열린 대한민국 도시 미래, 부산 대개조 비전선포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 시민들과 함께 부산 대개조 피켓을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거론하면서 구속 수감 중인 김경수 경기지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ㆍ김해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법정구속된 김 지사는 박근혜 정부 때 매듭지어졌던 영남권 신공항 이슈를 다시 제기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6ㆍ13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 지사는 당선 2주만인 26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과 만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한 부ㆍ울ㆍ경(PK) 공동 TF’를 발족시켰다.

동남권 신공항은 경남 밀양을 주장하던 대구ㆍ경북(TK)과 부산 가덕도를 주장하던 부산ㆍ울산ㆍ경남(PK)이 수년간 첨예하게 맞선 대표적인 지역 갈등 사업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 양측의 주장을 비켜나 기존의 김해 공항 옆에 국제선 활주로 한 곳을 신설하고 공항 터미널을 늘리는 방안으로 절충했다.

TK나 PK 중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제3의 방안을 택한 건데, 이는 동남권 신공항이 그만큼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영남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던 당시 집권 여당 새누리당도 내부에서부터 의견이 나뉘어 갈팡질팡했고, 결국 20대 총선이 끝난 뒤에야 봉합했다. 이런 과정에서 치도곤을 당한 국토교통부는 초지일관 “김해 신공항은 건설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해 2026년까지 완공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1월 16일 오전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김해 신공항 관련 '부울경 시도지사·검증단 검증결과 보고회'에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가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월 16일 오전 울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김해 신공항 관련 '부울경 시도지사·검증단 검증결과 보고회'에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가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PK 광역단체장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지사의 국회의원 지역구(경남 김해을)를 계승한 민주당 김정호 의원에게 김해 신공항 검증단장을 맡겨 반대 논거를 수집해왔다. 지난달 16일 ‘‘부·울·경 시도지사ㆍ검증단 검증 결과 보고회’에서 다시 만난 세 단체장은 “국토부 장관에게 김해 신공항 추진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무총리가 최종 판결해달라”고 결의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를 두고 김 지사가 구속되기 전 청와대에 요청해 온 사안이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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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김 지사를 구속 수감한 재판부를 향해 '정치 판결'이라고 연일 맹비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잖다. 민주당은 12일 김 지사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며 '판결문 분석 대국민 보고회'라는 걸 하겠다고 계획했다가 내주 초로 미룬 상태다. 익명을 원한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판결이 유감이더라도 공개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 분립을 어기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최근 '토건 경제 부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밀어붙인 사회기반시설(SOC)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예타 면제)와 관련해서도 뒷말이 많다. 총 23개 사업에서 24조1000억원 규모로 예타 면제가 결정됐는데, 김 지사의 선거 공약이던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4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때도 정치권에선 “역시 문(文)의 남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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