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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버클리大 잭 글래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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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11테러 이후 미국이 갈수록 보수.우경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버클리대 잭 글래서(공공정책)교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 사회의 애국주의는 '껍데기'일 뿐"이며 "결국은 보수.진보의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미국 사회의 보수.우경화 문제를 집중 연구해온 글래서 교수는 지난 7월 미국인들이 보수화하는 이유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규명한 논문을 발표, 미 학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애국심이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유는.

"진정한 애국심은 개인이 소속된 국가와 제도의 비교 우위에 근거한다. 물론 자신에게 친숙한 제도와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도 깔려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애국주의는 9.11 이후 생겨난 두려움과 외국인 혐오 현상에 근거했을 뿐이다. 미국인들이 성조기를 내거는 행위에는 외국인들에 대한 과시적 의도와 이웃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을 보수화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논문에서 주장했는데.

"죽음의 공포를 체감하게 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큰 쪽을 좇고, 새로운 시도를 자제하며 다수로 보이는 의견을 따르게 된다. 모두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행동이다. 9.11 이후 미국인들이 보수화하는 가장 큰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미국 주류 백인사회의 노령화, 거대 미디어 그룹의 보수화, 정치적 이용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공립학교 내 성경 암송, 충성서약, 동성결혼 문제 등에서 계속 보수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사법부만 중립을 요구받을 뿐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에 따라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있다. 물론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다. 남녀공학이나 동성 간 결혼 문제 등에 대한 그의 발언은 위헌 논쟁의 소지가 있다."

-좌우의 균형을 잃은 미국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사람들은 안정이 이뤄지면 다시 변화를 꿈꾸게 돼 있다. 결국은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회복될 수밖에 없다.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부시의 지지도가 이미 급락하고 있지 않는가."

샌프란시스코=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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