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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땅주인에 이어 세입자도 건보료 상승 압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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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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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 없는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는 전·월세에 건보료를 낸다. 지난해 말부터 실제 전셋값에 매기면서 건보료가 오르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주택이 없는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는 전·월세에 건보료를 낸다. 지난해 말부터 실제 전셋값에 매기면서 건보료가 오르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여파로 재산 건강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세입자도 전·월세 건보료 상승에 직면했다. 전·월세가 올라서가 아니라 부과방식이 실제 가격을 반영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전셋값을 추정해서 반영했고 이게 시세보다 꽤 낮았다.

확정일자 전세계약서 반영 여파 #10세대 중 9세대 건보료 상승 #낮은 추정가 대신 실제값 적용 #“공제 늘려 부담 늘리지 않아야”

1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분 건보료(1월 10일까지 납부)를 부과할 때 확정일자 확인을 받은 전·월세 계약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서 11월에 넘겨받은 확정일자 계약서 자료이다. 전·월세 건보료를 내는 지역가입자만 골랐더니 3700세대였고, 이 중 3300세대의 건보료가 오르고 400세대는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세대 중 9세꼴로 건보료가 상승한 것이다. 복지부는 다달이 확정일자 전세계약 자료를 넘겨받아 적용할 방침이라 당분간 세입자의 건보료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확정일자 자료를 적용하는 이유는 지난해 7월 건강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돼 자료 연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법령 개정 후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그동안 정확한 자료가 없어서 추정치를 적용했으나 이제 정상적인 자료를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건보료는 재산에 매기고, 주택이 없으면 전세·월세에 매긴다. 지역가입자가 전·월세 액수를 건보공단에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KB부동산시세를 활용하거나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연 2회 전세금을 조사해 추정한다. 이런 ‘깜깜이 방식’ 탓에 지역가입자의 반발을 의식해 추정치를 시세보다 낮게 잡았다. 이번에 실제 계약서로 바뀌면서 건보료가 올라가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는 약 770만 세대다. 이 중 전·월세 건보료를 내거나 재산이 없는 세대가 53%다.

전세 계약기간(2년)을 고려하면 모든 세입자에게 확정일자 계약서를 적용하는 데 최소한 2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가입자 중 전·월세 건보료를 내는 사람은 저소득층이 많을 텐데,소득이 오른 것도 아니고 제도 변경에 따라 건보료 부담이 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전·월세 건보료는 전셋값의 30%에만 부과한다. 전세금이 1억6700만원이 안 되면 500만~1200만원 공제한 후 부과한다.

예를 들어 건보공단 추정 전셋값이 1억4000만원이면 종전까지는 이의 30%인 4200만원에서 500만원(기본공제)을 뺀 3700만원에 월 4만140원의 건보료를 냈다. 그런데 확정일자 전셋값이 1억6000만원이라면 기본공제 후 4300만원이 과표가 되고 4만4730원(11% 인상)의 건보료를 내게 된다. 확정일자 전셋값이 1억7000만원이라면 건보료는 5만3890원(34% 인상)으로 오른다.

건보료 부과체계는 2022년 7월 2차 개편을 하게 돼 있다. 이때 재산의 기본공제액이 무조건 5000만원으로 대폭 확대돼 전·월세를 포함한 재산 건보료가 줄어든다. 신영석 박사는 “확정일자 서류 적용에 따른 건보료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 2단계 개편에 앞서 전·월세 건보료에 기본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전·월세 건보료를 매기는 데가 없다.

한편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올 11월 건보료부터 반영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전·월세 건보료가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 확정일자 계약서 적용에 따른 상승과 시세 하락을 견줘봐야 한다. 월세는 전세로 환산(월세/0.025)해서 건보료를 산정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월세가 전세보다 건보료 부담이 훨씬 적다. 월세 세입자의 소득이 낮다고 보고 전세 환산율(0.025%)을 매우 낮게 적용한다. 1989년 지역 건보 도입 때부터 그랬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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