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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사망이 출생보다 많은 데는? 강북·종로·도봉·노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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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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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북 경주시가 고민에 휩싸였다. 인구 감소 때문이다. 일찍이 전남 고흥군, 경북 의성군 등은 ‘지방 소멸’ 위험 도시로 지목됐지만 경주 같은 지방 도시마저 소멸을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2018 주민등록 인구 분석해보니 #자연 감소 시·군·구 138곳 #10년 새 50곳 늘어 #98곳은 노인 비율 20% 넘어 #출산 0명 읍·면·동 17곳

경주시는 지난해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인구 자연 감소(출생-사망) 1위 시·군·구에 올랐다. 지난해 1287명이 태어났고 2259명이 숨졌다. 자연 감소가 972명에 달한다.

중앙일보가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주민등록 인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주 같은 인구 자연 감소 시·군·구는 138곳이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226개)의 절반이 넘는다. 2008년엔 자연 감소 지역이 88곳이었다. 10년 새 50곳이 늘었다. 한국의 인구 성장률이 매년 떨어지면서 소멸로 향하는 기초단체가 점점 증가한다. 경주 다음으로는 전남 고흥군, 대구 서구이다.

자연 감소 상위 30개 기초단체를 보면 고흥군·의성군·예산군·부여군·합천군·남해군 같은 고령화율이 매우 높은 군 지역이 많다. 상주·밀양·정읍·김제·논산·안동·강릉·공주·영천 등의 중소도시가 자연 감소 상위 그룹에 올랐다. 광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 서구는 자연 감소 기초단체 3위에 올랐다. 왜 그럴까. 대구 서구청 담당자에게 물었다.

왜 자연 감소가 이렇게 심한가.
“최근 1,2년 사이에 7~8개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인구가 빠져나갔다. 평리 5,6동은 70%가 이사했다. 젊은 층이 달성군 등으로 빠져나가고 노인들은 근처에 남았다. 젊은층이 주니까 출생은 줄고 노인이 늘면서 사망자가 증가했다. ”
인구 대책이 있나.
“2020년 서대구 고속철도역이 완공되고 염색산업단지 개발이 끝나고 재개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4~5년 뒤 인구가 회복될 것이다.”
인구 자연 감소

인구 자연 감소

부산은 더 심각하다. 영도구가 지난해 754명 자연 감소했다. 서구·금정·동구·남구·부산진·동래·사하·해운대·중구·수영·사상구가 감소 지역이다. 강서·기장군·북구·연제구만 증가했다.

서울은 예외일까. 서울 강북구가 자연 감소 22위에 올랐다. 종로·도봉·노원구도 감소 지역이다. 지난해 강북구에서 1418명이 출생 등록을 했고 1998명이 숨졌다. 자연 감소가 580명에 달한다.

강북구청에는 인구 담당자가 없다. 강북구 관계자는 “인구 문제를 분석한 적이 없다. 우리 구가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자연 감소가 지방의 군 단위의 문제이지 서울이나 광역시는 아직 급하지 않은 듯했다.

광역 지자체 중 2017년까지 자연 감소가 진행된 데는 전남·경북·전북·강원 등 4곳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부산·경남·충남·충북이 가세했다. 10년 전만 해도 자연 감소 광역단체가 한 곳도 없었다.

자연 감소가 증가하는 이유는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출산율은 급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인 인구 비율이 14% 넘은 데 ‘고령사회 지역’이 167곳에 달한다. 1년 새 11곳 늘었다. 노인 비율이 20% 넘는 곳도 98곳(2017년 92곳)에 달한다. 20%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부른다. 전남 고흥군은 노인 비율이 38.87%, 경북 의성군은 38.85%에 달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율이 높거나 노인 절대 인구가 많은 지역은 사망자가 많다. 또 그런 지역에서 신혼부부를 비롯한 젊은이가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노인 비율이 높으면 자연 감소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경주시청 미래사업추진단 김수희 인구정책팀장은 “지난해 말에 노인 비율이 20.4%가 됐다. 사망자의 90% 이상이 노인이다. 출산율(1.2명)이 전국 평균보다 높긴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 자연 감소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관광객이 많고, 낮에는 우리 시 산업단지에 포항·울산 주민이 와서 근무하는데 이런 활동 인구가 주민등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2017년 7월 인구정책팀을 신설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창업 지원, 영유아 야간진료센터 설치, 검소한 결혼문화 확산 등의 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방의 출산 감소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3800여개 전국 읍·면·동 중 19곳에서 아이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경북 예천군 개포면, 전남 강진군 옴천면, 경남 진주시 진성면 등이다. 2017년에는 17곳이었고, 2008년에는 그런 데가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1명 태어난 지역이 54곳이다.

자연 감소(증가)는 사회적 이동과도 관련이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예를 보자. 화성시는 지난해 자연 증가가 가장 많은 동시에 사회적 이동도 가장 많다. 동탄 등의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젊은 층이 많이 전입했고 이들이 애를 낳으면서 자연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자연 증가 인구가 4769명, 전입에서 전출을 뺀 사회적 증가 인구가 6만2609명에 달한다.

사회적 이동의 주요 요인은 신도시나 재개발이다. 화성시 다음으로 사회적 증가가 많은 데가 수원이다. 다음으로 용인·천안·송파구·청주·성남 등이 뒤를 잇는다.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데가 대부분이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다음으로 강서구의 자연 증가 인구가 많다. 서초·강남·영등포·마포구가 뒤를 잇는다.

이상림 연구위원은 “대도시의 단독주택·빌라 밀집지역은 노인들이 많고 일찍 쇠퇴한다. 이런 지역에서 자연 감소와 사회적 감소가 동시에 진행된다”며 “기초자치단체가 이런 변화에 눈을 떠야 한다. 개발계획이나 복지 정책을 수립할 때 인구 변화를 반드시 바탕에 깔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재생사업을 하거나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때 인구 변화의 넓은 각도에서 접근해야 하며, 저출산 대책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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