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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도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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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물가가 세계 최고인 도시로 서울과 모스크바가 도쿄 제쳐… 과연 이 순위가 도시의 저력 반영하나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의 이름을 대라고 하면 아마도 고급술 광고와 오래된 007 영화의 중간쯤 되는 이미지가 떠오르리라. 도쿄.런던.홍콩.취리히 등. 오랫동안 생활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이런 도시들은 지금도 대부분 도시물가 순위에서 톱10이나 상위에 속한다. 그러나 지구촌을 누비는 신제트셋족과 그들을 출장 보내는 기업들은 사업에 돈이 많이 드는 새로운 도시들을 발견했다. 머서 컨설팅이 6월 26일 발표한 연례 생활비 조사 목록에서는 모스크바와 서울이 도쿄를 제치고 가장 비싼 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명예를 얻었다. 다른 최근의 조사에서는 도시 규모가 작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가 도쿄를 2위로 밀어냈고 그 다음이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였다. 또 다른 순위에서는 앙골라의 루안다, 콩고의 킨샤사 같은 아프리카 수도들이 앞에서 언급된 도시 전부를 제쳤다.

이런 순위는 극소수의 관심거리라고 일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 모른다. 어쨌든 그 목록들은 구미의 은행가, 마케팅 담당 임원, 또는 언론인들이 세계 각지를 출장 다닐 때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당을 산출하는 데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순위에는 그보다 좀 더 깊은 의미도 있다. 도시의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는 현지의 물가나 환율의 변동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국력을 반영하는 한 이런 조사는 실질적인 경제력의 균형이 어떤지 알려주는 척도다. 따라서 최근에는 그런 조사 결과가 중국의 부상, 한국의 경제 회복, 그리고 미국과 유럽의 경쟁력 균형을 엿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현지 물가를 조사한 다음 그 가격을 달러로 변환해 서로 비교함으로써 이런 순위 목록을 만든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낮지만 원화 가치가 지난 5년 사이 달러 대비 27%나 올랐다. 거기에 수출까지 증가하면서 서울은 머서의 순위에서 모스크바와 동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한국이 1990년대 후반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났음을 말해준다. 또 다른 예로 유럽의 수도들은 2003년과 2004년 달러화의 가치가 유로화에 비해 떨어졌을 때 출장온 미국인들에게 물가가 급격히 비싸진 도시가 됐다. 최근 달러화가 가치를 약간 회복하자 로스앤젤레스 같은 미국 도시들의 순위가 올라갔다.

도쿄의 추락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결과다. 일본 경제의 성장이 둔화됐고, 거품경제 시대 이래 때때로 디플레이션까지 겪었다. 그러나 원래부터 물가가 워낙 비쌌기 때문에 순위의 추락이 느리게 진행됐다. 물론 도쿄의 물가는 외국인 방문자들에게 여전히 터무니없어 보일지 모른다. 고급 과일가게에서 머스크멜론 하나의 가격이 약 2만 엔(175달러)이고, 이탈리아 오페라 공연의 입장권은 거의 5만7000엔(500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인들은 물가의 극적인 변화를 깨닫게 됐다. 한 일본인 운송회사 간부(42)는 10년 전 도쿄 교외에서 43만5000달러를 주고 방 3개짜리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지금은 가격이 20%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간 규모의 도시들의 경우 인구 성장이 더 빠르긴 하다. 그러나 물가가 비싼 도시 순위들은 세계화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상위는 여전히 각국의 수도가 지배한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이다. 자금이 수도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동유럽이 투자의 문호를 더욱 넓히자 외국인들이 그 미끼를 덥석 물었다. 그 결과 그 도시들에 와서 거주하는 외국인들 역시 공급이 제한된 호화 주택을 두고 현지인들과 경쟁한다. 또 외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 대개 국제적인 상품과 용역의 수입이 뒤따른다. 그러면 현지의 물가도 덩달아 올라간다. 집세가 급등하고 명품 가게가 확산된 결과 모스크바 같은 도시가 올해 머서 순위에서 서울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10개 도시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2006년 2005년

1 모스크바 4

1 서울 5

3 도쿄 1

4 홍콩 9

5 런던 3

6 오사카 2

7 제네바 6

8 코펜하겐 8

9 취리히 7

10 오슬로 10

SOURCE: MERCER CONSULTING

KAREN LOWRY MILLE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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