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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강경파 득세면 아·태 지역 불안|미 정부 중국 사태에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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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 로이터=연합】미 백악관은 7일 현재 누가 중국 정부를 움직이고 있는지, 실제 중국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없는 실정임을 시인했으며 다른 미국 관리들과 워싱턴의 중국 관측통들도 중국에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거의 알 길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첩보 위성과 비밀 요원 및 정보 전문가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엄청난 정보 수집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린·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중국에서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나 문제는 누가, 어떻게 그 같은 결정들을 내리고 있는지를 우리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고 『이는 중국의 현 결정권자들이 의도하는 것이 틀림없으며 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츠워터」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현재 접하고 있는 중국 관련 정보의 상당 부분을 뉴스 보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백악관이 현재 중국군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부시」 행정부의 한 중국 문제 전문가는 중국 계엄군의 북경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이후에 난무하고 있는 갖가지 추측과 관련, 『우리는 보도와 풍문을 듣고 있을 뿐이며 그 결과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가지 분명한 것은 『중국군 내부에서 유혈 진압에 대한 지지파와 반대파가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중국 관측통들은 온건 세력이 궁극적으로 득세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일단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이는 강경파가 승리할 경우, 미 국익이 위협받게 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과 민간 전문가들 가운데는 중국내의 소요 사태가 장기화돼 국제 사회에서 강국으로서의 중국 위치가 갈수록 약화될 경우, 소련과 일본이 경제적·전략적 잠재력이 엄청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스턴·시거」 전 미국무성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 기자 회견에서 현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은 분열 양상을 보여 각 지방 군벌들이 지배하는 사태가 벌어질 위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소련이 중국의 일부 지방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은 소련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믿어지는 중국내의 전자 청취 시설을 상실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된 국가의 단결을 위해 한층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한 전문가는 『그들은 나라 밖에서 적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강경 노선의 중국 정부는 아시아의 공산반군들에 대한 지원을 재개,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국가들에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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