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계의 새 물결] 生死學의 목표는 '오늘 이곳의 삶 의미있게 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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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아졌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다소 충격적이다.

통계청이 25일 내놓은 '2002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률은 19.13명인 데 비해, 교통사고 사망률은 19.12명이었다. 사망자 수는 교통사고가 많을지라도 자살의 증가세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자살한 사람은 8천6백31명으로 10년 전인 1992년의 3천5백33명 보다 2.4배나 늘었다.

이같은 자살 증가 추세를 착잡한 심정으로 대하는 학문 분야가 '생사학(生死學)'이다.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생사학은 자살에 반대한다. 자살의 배경에는 '죽음=끝'이란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데, 생사학은 죽음을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준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사학은 종교와 유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종교 조직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죽음과 관련된 테마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자살.낙태.사형수.에이즈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생사학 연구를 주도해 온 오진탁(44.한림대.철학)교수는 "생사학은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관심을 통해 오늘 여기 삶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궁리), '티베트의 지혜'(민음사) 등을 번역한 오교수는 11월께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가제, 청림)을 펴낼 예정이다.

이밖에 관련 책으로는 '생명의료윤리'(구영모 지음, 동녘), '만남, 죽음과의 만남'(정진홍 지음, 궁리),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김열규 지음, 궁리), '죽음, 그 마지막 성장'(부위훈 지음, 전병술 옮김, 청계) 등이 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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