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고, 풀고 … 절묘한 5승 요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콜로라도 로키스의 김병현이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서 특유의 역동적인 폼으로 공을 던진 뒤 포수를 쳐다보고 있다. [덴버 AFP=연합뉴스]

'핵 잠수함'의 위용이 살아났다. 몸을 틀어 힘을 모은 뒤 바다 깊숙한 곳에서 어뢰를 쏘아올리는 듯한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의 '잠수함투'에 텍사스 레인저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김병현은 특유의 씩씩함으로 타자들에게 대들었고, 타자들이 서두르면 한 템포 늦은 공으로 약 올리듯 도망갔다. 그 완급 조절이 기막혔다.

김병현은 26일(한국시간) 새벽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의 무결점 투구를 선보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4패)째다. 20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째를 올린 김병현은 자신의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을 '13'으로 늘렸다. 인터리그 경기에서 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는 김병현은 다음 등판도 인터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예정돼 있다.

김병현은 이날 마치 '이제 타자를 아웃 시키는 노하우를 깨달았다'고 말하듯 자신있게 던졌다.

이날 상대한 27명의 타자 가운데 무려 20명의 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이끌어갔다. 7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안타는 5개를 내줬지만 중심에 맞은 안타는 2~3개 정도였다. 상대팀 레인저스의 주축 타자 마이클 영이 "처음에는 뭐 이런 공이 있나 싶었고, 둘째 타석 때는 김병현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던졌기 때문에 칠 수가 없었다. 그는 훌륭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클린트 허들 로키스 감독도 김병현의 최근 호조에 대해 "최근 투구폼의 안정을 찾았고, 완급 조절도 몸에 익었다. 오늘도 오른쪽 타자의 몸쪽공과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가 정말 날카로웠다"고 했다.

김병현은 이날 승리로 시즌 5승4패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했다. 묘하게도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승-패-평균자책점까지 똑같다. 김병현은 64.2이닝 31자책점, 박찬호는 94이닝 45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