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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광역단체장 3인 고향서 봉사 '이모작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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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퇴임 후 지역사회에서 제2의 인생을 일구겠다는 자치단체장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대다수 단체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서울로 발길을 돌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달 말 물러나는 조해녕 대구시장, 이의근 경북도지사,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퇴임에 앞서 지역사회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공직생활을 마쳤으니 봉사활동을 하며 두고 두고 지역에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대구시 남구 봉덕동 효성타운에 새 아파트를 마련해 27일 입주한다. 서울에 있는 자택은 처분키로 했다.

조 시장은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만큼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양로원과 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찾아 봉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의사.변호사.전직 관료 등 100여 명으로 '대구사랑봉사회'를 조직했다.

조 시장은 1998년 한국자원봉사포럼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세계청년봉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시장에 취임한 뒤 시에 자원봉사과를 만들기도 했다.

3선 도지사로 유일하게 임기를 마치는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지역의 인재 양성에 힘쓰기로 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대구.경북 출신의 전.현직 장관 등 각계 인사 80여 명이 참여하는 '대경육영재단 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 재단은 앞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 지역 출신 학생 100여 명(1차)을 수용할 대경학사 건립 등 다양한 지역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해비타트 대구경북지회 명예회장인 이 지사는 곧 이 단체 이사장직을 맡아 포항.칠곡 등지에서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집짓기에도 나설 예정이다. 그는 최근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 아파트를 전세 얻어 이사했다.

강현욱 전북지사도 고향인 군산에 남아 재임기간 중 추진했던 새만금 개발사업 등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강만금'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새만금사업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고, 방조제공사가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중단되자 삭발까지 했던 연유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보니 지역 발전을 위해 한 일이 너무 부족했다"며 "공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어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지사는 지난달 군산시 구암동에 있는 30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내 28일 입주한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서울에 연고가 있는 퇴임 단체장들이 고향에 남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들의 경험을 잘 활용하면 지역 갈등이나 현안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의호.서형식.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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