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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풍선'은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2평형 아파트를 담보로 최고 3억1000만원을 빌릴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게시판. 모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광고 전단이 나붙어 있다.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인 지난해 이맘 때보다 오히려 1억원 가량이 늘어난 액수다. 아파트의 시세가 아닌 매도호가를 기준으로 대출 가능액을 뽑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서울의 Q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싶다"고 전화했더니 사업자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지역과 관계없이 시세의 85%까지 대출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금융감독 당국의 창구지도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는 있다. 하지만 대출수요가 제2 금융권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제2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금리도 은행보다 높다. 그러나 은행 대출이 꽉 막혀도 자금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한 금융사들이 대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서대문구의 보험사 전단처럼 거래 없이 형성된 가장 비싼 호가를 기준으로 대출금액을 산정하는 곳이 적잖다. 아파트 시세에 따른 담보인정비율(LTV)을 무시하는 셈이다.

또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주는 사례도 비일비재다. 금감원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LTV를 60~80%로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집값의 40 ̄60%를 대출받고, 집값의 20 ̄30%를 제2 금융권에서 추가로 대출받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풍선 효과가 심해질수록 금융사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태식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최근 "할부금융사들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상황을 봐서 현재 70%인 할부금융사들의 LTV를 조정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풍선 효과는 사채시장으로도 확산할 조짐이다. 일부 사채업자들은 기존 금융회사에서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월 2.5 ̄3%의 고리로 추가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총부채상환비율(DTI, 연소득에 따라 대출금에 한도를 두는 제도)'을 피하기 위한 전세권 담보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를 산 뒤 친척 등 제3자 명의로 전세권 등기를 하고, 이 전세권을 담보로 3자 명의의 추가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기존 금리에서 0.3%포인트를 깎아주는 'e-모기지'가 주력 상품이다. LG카드를 통해 대출하는 이 상품은 금리가 최저 연 5.8%(10년 만기)이며 LTV가 70%까지 적용된다.

윤창희.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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