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 미사일 발사 땐 요격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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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미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실험에서 미 해군 소속의 한 이지스함이 SM-3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2분 뒤 모의 탄도 미사일을 정확히 맞혔다. [하와이 AP=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이란의 전략과 닮았다. 이란은 그간 조지 W 부시 행정부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데 열중했으며, 실제로 (핵개발 추진으로) 적당한 외교적 소득을 올렸다."

뉴욕 타임스는 24일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전략이 이란과 비슷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선 위기를 조성해 주의를 끈 다음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수법이 같다는 얘기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은 당연한 권리"라며 핵개발을 적극 추진하자 미국은 지난달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전제로 경수로 제공, 경제 제재 해제 등의 협상안을 제시했다.

신문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 시험 발사 시위를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늦춤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옵션(선택)을 재검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아직 미국의 양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신문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클린턴 행정부 시절 같은 양보를 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북한은 지난 5년 동안 부시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원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거부해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 타임스와 UPI통신은 이날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가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언론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필요 시 부시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요격을 지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MD 시스템 개발 총책임자인 헨리 오버링 미사일방어국(MDA) 국장은 23일 국방대학재단(NDUF) 초청 연설에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3단계 추진 로켓을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음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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