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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펀치볼에 곤돌라···13조짜리 문재인 DMZ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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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정부는 이곳에 290억원을 들여 곤돌라와 전망대를 설치할 계획이다.[중앙포토]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정부는 이곳에 290억원을 들여 곤돌라와 전망대를 설치할 계획이다.[중앙포토]

2022년까지 인천시 강화군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 비무장지대(DMZ) 남측 지역을 걷는 456㎞ 길이의 한반도 횡단 도보길이 조성된다. 가칭 ‘통일을 여는 길’인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6·25 전쟁 때 격전지였던 강원도 양구군 펀치볼 지역엔 290억원을 들여 곤돌라와 전망대를 설치한다.

정부, 2030년까지 13조 들여 개발계획 #DMZ 도보길, 2000억 들여 LPG 저장소 #행안부 “주민생활 인프라 개선에 초점” #환경단체 “생태계 파괴 부를 것 뻔해”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을 7일 발표했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토지 이용, 편의시설 개발 등에서 제약을 받았던 경기·인천·강원도 일대 접경지역에 2030년까지 13조2000억원을 투입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문재인표 DMZ 구상’이다.

정부가 내놓은 접경지역 종합계획은 ▶관광 활성화 ▶인프라 확충 ▶산업단지 건설 ▶남북 교류협력 기반 조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3조원을 투입해 DMZ 일대에 도보여행길이나 곤돌라, 서바이벌존 등 생태·체험공간을 등을 만들어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강화에서 고성에 이르는 도보길은 총연장 456㎞로, 286억원을 들여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걸쳐 조성된다. 올해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2년 완공 예정이다. 행안부 측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2500억원대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해발 400∼500m의 분지 지역인 펀치볼엔 곤돌라와 전망대·편의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펀치볼은 접시 모양처럼 움푹 패인 분지 지형으로, 주변이 마치 화채(Punch) 그릇(Bowl) 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정부와 양구군은 이곳에 290억원을 투입해 생태관광 자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연천·포천과 강원도 철원 일대 한탄강 주변의 주상절리 협곡엔 611억원을 들여 생태체험 공간을 만든다.

군부대가 이전 예정인 막사 등 강원도 인제군의 군사시설엔 ‘병영 체험공간’이 만들어진다. 젊은 층과 직장인 등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서바이벌 게임존, 실사격 체험존 등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2년간 100억원을 투입한다.

한탄강 주상절리. [중앙포토]

한탄강 주상절리. [중앙포토]

주민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도 확충한다. 이 일대 15개 시·군에는 260만여 명이 살고 있다. 정부는 주요 지역에 민간인과 군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문화‧체육‧복지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소와 연결로가 설치된다. 모두 2025억원이 들어간다. 경기도 연천군엔 은통산업단지를 건설 중이다. 이 밖에 영종~신도 평화도로(1000억원), 철원 통일문화교류센터(500억원) 등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기반 조성 사업에도 5조원대 자금이 들어간다.

이번 종합계획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DMZ 일대를 생태평화벨트로 만들겠다”는 ‘남북 교류 접경권 초광역개발 기본구상’에서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는 2011년 8월 “2030년까지 18조8000억원을 들여 남북 접경지역을 세계적인 생태평화벨트로 조성한다”는 ‘접경지역 종합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을 갔던 박왕자씨가 피습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계획은 올스톱 됐다. 지난해까지 투자된 금액은 2조8000억원에 그쳤다.

행안부 측은 “이번 종합계획은 8년 만에 변경 확정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 수요를 반영하고, 다른 시‧군에 비해 열악한 주민밀착형 생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으로도 접경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각한 환경 파괴, 사업 현실성 등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김안나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양구군) 펀치볼 지역에 곤돌라를 설치하려면 일반전초(GOP)나 용늪에 공사를 해야 한다”며 “용늪은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존되는 습지다.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나마 강원도 지역은 환경 보존이 잘 된 곳인데 이번 계획은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중장기적 검토 없이 개발계획이 발표된 듯하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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