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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CEO,이사람] 한미파슨스 김종훈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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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건설사업관리(CM) 전문회사인 한미파슨스가 이달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한미파슨스는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등 부실공사에 따른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건설안전 대책의 하나로 CM 분야의 빗장을 풀면서 업계 처음으로 문을 연 회사다. CM은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 등을 대신해 설계.시공.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일을 말한다. 건설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해 발주자가 원하는 품질의 건물을 정해진 기간과 예산에 맞춰 지을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미파슨스는 현재 이 분야 국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부산 신항만,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등이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이 회사 김종훈(57) 사장이 오늘날의 회사를 일구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73년 한샘건축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한라건설을 거쳐 당시 대표적인 건설사 중 하나였던 한양에 몸을 담았지만 회사가 부실해지면서 사표를 냈다. 몇 달간 쉬다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쌍둥이 빌딩은 그가 현장소장을 맡아 준공한 건물이다.

김 사장은 96년 미국의 CM회사인 파슨스가 국내의 한 회사와 합작으로 세운 한미파슨스의 사장을 맡았다. 창업 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 직원의 40%가 넘는 50명을 외국인으로 채웠다. 그러나 일 년 뒤 닥친 외환위기로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의 대형 건설사업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축소돼 일감이 급감했다. 또 환율이 최고 2000원 가까이로 폭등해 외국인 직원에게 줘야 하는 급여 부담이 커졌다. 그는 "몇 명만 남겨놓고 대부분의 외국인 직원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이때 미국 측 합작 파트너가 지분을 김 사장에게 넘겼다. 일감이 없는 동안 전 직원이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했다.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집에서 쉬어야 했지만 사표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제가 풀리자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에 잇따라 진출했고 회사는 생기를 되찾았다. 까르푸.월마트 등 외국계 할인점들이 신축한 국내 점포의 CM을 한미파슨스가 맡았다. 지난해 3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사장은 "10년 안에 현재 세계 50위권인 회사를 10위권으로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 김종훈 사장은

▶1949년 출생

▶68년 서울사대부고 졸업

▶73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한샘건축연구소 입사

▶77년 한라건설 입사

▶79년 한양 입사

▶84년 삼성물산 입사

▶96년 한미파슨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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