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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시장서 차이나머니 빠져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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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2015년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은 뉴욕의 명소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미 호텔 매매 사상 최고가인 19억5000만 달러(약 2조1821억원)에 인수했다. 웨스틴호텔(샌프란시스코)·인터컨티넨탈호텔(마이애미)까지 착착 사들인 안방보험그룹의 행보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차이나머니(중국 자본)’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시진핑 해외 자본투자 단속하자 #작년 4분기 9500억원 순매도 #안방보험그룹, 6조 호텔 매각 착수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안방보험그룹이 55억 달러(약 6조1545억 원)어치의 미국 내 호텔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경기 둔화를 우려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가 해외 자본 투자 및 유출을 엄격히 단속한 데 따른 조치였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중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매수액은 26억3000달러(약2조9094억 원)로, 지난 201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다국적 시장정보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중국 보험사 및 대기업, 투자자가 순매도한 미국 내 부동산 자산은 8억5400만 달러(약 9556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지난해 중국은 3분기 연속(2·3·4분기)으로 미국 부동산을 순매도했다”며 “중국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이처럼 길게 지속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 ‘큰손’들이 미 부동산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하이난항공그룹(HNA)·다롄완다그룹 역시 미 뉴욕·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주 일대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WSJ는 “국내 성장 둔화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고, 중국 기업의 부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해외 자본 투자 및 유출을 강력 단속한다”고 전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부동산 매각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RCA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3분기 유럽 부동산 시장에서 호텔·사무용 건물 총 2억3330만 달러(약 2611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이 사들인 부동산 규모는 5810만 달러(약 650억 원)에 불과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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