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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공업화서둔 시베리아 관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모스크바를 출발, 만24시간을 기차 속에서 보낸 끝에 첫 목적지인 스베르들로프스크에 도착했다.
스베르들로프스크는 시베리아로 들어가는 러시아의 관문이며 유라시아의 산업발전을 뒷받침한 우랄공업지대의 중심도시다. 인구 1백30만 명의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러시아 혁명 때에는 차르 「니콜라이」2세가 가족들과 함께 이 지역의 카프카스산맥에 숨어 반 혁명군을 일으켜 「볼셰비키」와 투쟁을 한 지역이며2차 세계대전 때에는 독일군의공습을 피해 이전해온 산업시설들로 급격한 공업화를 겪은 도시다.
또한 최근에는 소련 개혁의 또 다른 상징인 「보리스·옐친」과 중도파인 수상 「리지코프」를 배출하는 등 러시아의 역사 속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있다.
단지 도시의 중심부에 소련의 중공업상으로 유명했던「오르조니키제」의 동상이 서있어 이 도시가 산업도시임을 실감케 해준다.
중앙노인 레닌노는 마침4월22일이 「레닌」의 생일이 어서 인지 학생·시민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레닌」동상이나 기념물 앞에는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이 붉은 장미꽃을 헌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옐친」과 「리지코픈」가 공부했다는 스베르들로프스크 경제학교에는 대형현수막에 「공부하자 공부하자 그리고 또 공부하자」는 「레닌」의 말이 그의 초상과 함께 펄럭이고 있었으며 「조국을 구하기 위해 스베르들로프스크가 움직였듯이 페레스트로이카의 전위가 되자」는 구호도 눈길을 끌었다.

<인구 1백30만명>
스베르들로프스크에서 안내를 맡았던 「마이크」(30)는 이 지역 평화운동 단체에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소련에는 최근 공산당의 콤소몰 조직과는 별도의 청년사회운동단체들이 생겨나 각종의 사회문제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이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이러한 단체들은 바이칼호의 오염문제 등에서는 전 소련의 과학자들과 연계해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는 과학자 10만명의 서명운동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스베르들로프스크 에서는 이러한 평화운동·환경보존운동 등이 다른 지역보다 일찍부터 조직화되었다.
그 이유는 1960년 미국의 첩보기 U-2기가 소련의 고공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곳이 바로 이곳이며 소련의 핵 방사능 연구소가 1950년대 이전부터 왕성한 연구를 벌이다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켜 30개 이상의 집단농장이 폐쇄된 경험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취재진을 안내한 「마이크」도 틈틈이 환경문제에 대한자신의 관심과 한국에서의 반공해운동등에 관한 질문을 해왔다.
「스탈린」시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이 도시는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있었던 급격한 성장으로 도시계획은 엉망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연 및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눈을 뗘 모든 공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 배치했으며 도시오염을 막기 위해 산림자원의 보전과 인공호수 등을 건설,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우랄지역은 러시아제국시절부터 제국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대표적인 공업지대다.
이 지역엔 「피터」대제가 건설한 러시아 최초의 선철 공장을 위시해 야금 및 금속제련·화학·기계 제작분야 등의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어 소련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상당하다.

<모든 공장 외곽에>
소련과학아카데미 우랄지부의 경제학자 「코발로바」여사는 우랄지역의 경제적 역할은 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의 수출기반을 조성하는 일과소련의 기계장비를 국제수준으로 제작하여 수출하는 것 및 수출품목을 다양화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르바초프」등장 이후 소련은 지역차원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경제개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각 지역연구소(과학아카데미의 각 지구)에 지방 경제개발 계획 등에 대한 의결권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방정부 결정권의 폭도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소련과학아카데미 우랄지부 부소장인 「알렉산드르·타타르킨」박사(43) 는 『향후 2000년까지 우랄지역의 경제를 몇 가지로 특화시켜 개발하는 것이 우랄지역 아카데미의 주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랄지역경제는 금속·기계제작·지하자원 가공 등이5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지금까지는 이들 분야를 대표하는 우랄마슈(중기계)·우랄엘렉트차즈마슈(중전기)·우랄히마슈(화학공업)·베르크-레츠키공장(냉연강철) 등이 우랄지역 경제를 이끌어봤으나 앞으로는 산업구조를 바꾸어 수출품목의 내용을 변경시키려 하고있다.
우랄지역 경제인들은 한국의 기술수준을 높이 평가하면서 첨단·고도산업에 필요한 각종 지하자원의 개발에 관한 한국과의 합작가능성을 물어오기도 했다.
「코발로바」여사는 『우리는 첨단·고도기술에 필요한 지하자원과 연구인력 및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과 캐나다 등과만 자원의 개발·판매를 해봤으나 앞으로는 한국과도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스베르들로프스크를 비롯한 우랄지역은 지금까지 소련이 유럽세력에서 세계세력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을 제공해 왔다. 따라서 이 지역의 경제기반구조 등이 잘 갖춰져 있고 자원개발과 연계해 종합적인 개발계획이 수립되기도 했다. 외부에 공개 꺼려 이 지역의 경제인들과 지도자들은 우랄지역 경제도 이제는 소련의 내부경제를 담당한 입장에서 세계와 연관을 맺는 국제적 공업지대로 변신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이를 위해 이 지역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 싶어했으며 풍부한 지하자원의 개발을 통해 산업구조 변경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우랄지역, 특히 스베르들로프스크는 소련이 외부인들에게 웬만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래서 인투리스트(국영여행사) 의 체인도 없고 비자도 발급 받기가 어렵다.
그러나 편의시설(호텔등)의 수준은 인투리스트 체인이 마련된 다른 지역보다 훌륭했다.
취재진이 묵은 「10월호텔」도 모스크바에서 묵었던 「베오그라드호텔」보다 훨씬 훌륭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투리스트는 우리가 자신들의 체인이 없는 스베르들로프스크와 옴스크 등의 비자와 방문일정을 확정한 것이 못마땅했는지 스베르들로프스크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의 옴스크 일정과 스케줄을 취소해 버렸다.
안내를 맡아 모스크바에서부터 따라온 「세르게이」는 우리가 우랄지역 작가동맹을 방문하던 중 갑자기 모스크바로부터의 연락이라며 『대단히 미안하지만 우려는 옴스크를 갈 수 없다. 이유는 말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른다』며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항의와 자세한 배경 설명의 요구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서둘러 노보시비르스크로 뗘나야만 했다.【특별취재팀=안길모부장·김주만·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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