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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터널 우회노선도 반대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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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환경단체 주장은 수십배 환경 파괴' '사패산 터널을 뚫어야 의정부가 산다'.

26일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공사구간 주변엔 이 같은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환경단체와 불교계의 반대로 22개월째 공사가 중단되자 양주군과 의정부 시민이 걸어놓은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의정부의회 허환 의장은 "환경단체 등이 주장하는 의정부 북부 우회노선은 주민 3천6백여명이 이주해야 하는 데다 산림훼손 면적이 훨씬 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외곽순환도로 노선에 대해 공론(公論)조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정부 지역 주민들은 다음달 5일 2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어 기존 노선대로 공사를 빨리 재개하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사패산 터널을 뚫는 기존안이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우회노선 역시 주민들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산 우회노선의 경우 절개지가 많아 국립공원 훼손면적이 기존노선보다 훨씬 큰 데다 천주교 공동묘지를 지나 천주교 측에서도 반대하고 있다.

또 의정부 우회노선 역시 의정부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있다. 인터체인지가 북쪽으로 생길 경우 이를 이용하려는 서울 북부 주민들의 차량이 의정부를 통과해야 하므로 가뜩이나 막히는 의정부 시내가 교통지옥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또 천보산과 태릉.광릉 주변의 수백년된 산림을 훼손하게 돼 이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도 크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공론조사 방침에도 부정적이다. 양주군의회 장재훈 의원은 "지금 여기 와서 반대농성하는 환경단체 회원들 대부분은 이 지역 사람이 아니다"며 "공론조사가 시간만 더 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제시한 노선이 경제성은 물론 산림훼손을 줄이는 최적의 노선이라는 공감대가 지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사패산 터널 구간이 북한산 국립공원을 파고 들어가는 길이는 송추 쪽 2백m, 의정부 쪽 4백m로 모두 6백m 정도다. 특히 송추 쪽은 이미 인근에 39번 국도가 지나는 데다 아파트까지 들어서 있는 등 개발된 지역과 붙어 있어 국립공원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의정부 쪽으로 나오는 터널 입구도 경관이 좋은 사패산을 뚫고 나오긴 하지만 수행환경에 지장을 받는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회룡사는 보이지 않았다. 시공사 관계자는 "터널은 회룡사에서 4백m 떨어져 있고 지하 2백m 밑에 있는 데다 봉우리 3개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노선에 반대하는 불교계는 사패산 터널 입구가 생길 사패산 매표소 오른쪽에 3층 높이의 가건물을 세워 놓고 20개월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마치 망루처럼 생긴 가건물에는 공사를 강행할 경우 저항하기 위한 프로판 가스통까지 쌓여 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도 우회노선 역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스님은 "오래 끌수록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북한산 우회노선의 경우 산림훼손이 더 많아 우리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선재검토위원회 김안제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이날 제출한 활동결과 보고서에서 "어느 방안도 의결정족수(8명)를 채우지 못해 유감이지만 여러 면에서 기존노선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개인의견을 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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