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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동의안 부결] 민주서 최소 10명 반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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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감사원장 후보 임명동의안의 국회 부결은 여권 분열의 결과를 극명히 보여준다. 쪼개지기 전의 민주당 의원 수는 1백1명이었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의원 다섯 명과 개혁당 의원 두 명을 합치면 범여 성향의 의원은 1백8명으로 는다.

26일의 표결에서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출석 과반수인 1백15명. 한나라당이 자유투표 결정을 한 만큼 한나라당 의원 중 김홍신 의원 등 10여명 안팎만 찬성으로 유도하면 산술적으로는 통과가 가능했다. 민주당이 분당되지 않고 똘똘 뭉쳐 있기만 했어도 동의안 통과는 무난했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여권은 소수의 한계만 드러냈다.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사실상의 야 3당이 의원들 의사에 맡기는 자유투표를 당론으로 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찬성표는 87표였다. 이 표의 출신지도 초라하다. 우선 찬성 당론을 정한 통합신당에서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34명이었다.

민주당에 남아 있는 신당파 전국구 의원 7명 중 표결에 참여한 다섯 명(이미경.이재정.박상희.박양수.조배숙 의원)과 개혁당 두 명(김원웅.유시민 의원)을 합치면 순수 범여권 표는 41표였다. 나머지 46표가 야 3당에서 나왔다.

민주당의 경우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56명이었다. 본회의에 출석한 한나라당 의원 전원과 자민련 등 비교섭단체 의원이 모두 반대(1백36표) 또는 기권 등(6표)을 했다고 가정해도 동의안에 반대한 민주당 의원은 최소한 10명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도 국정 발목잡기라는 여론의 비난을 우려한 의원 등이 찬성표를 던진 만큼 민주당의 반대표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전 대표는 의원총회 중간에 나와 "(찬반이) 반반"이라고 말했다. 김영환(金榮煥)정책위의장도 부결 직후 "우리 당은 아마 찬반이 반반씩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신 4당체제라는 새로운 정국 지도가 국회에서 그려낼 수 있는 상황은 아직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나 장관의 해임건의 의결 정족수나 대통령 탄핵소추 안건의 발의정족수는 재적 과반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는 데는 재적 과반수 출석에 3분의2 이상 찬성이면 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개헌은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야 3당이 자유투표를 했음에도 이날 투표수 대비 찬성표 비율은 37.9%다. 이쯤의 비율이면 극단적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학만으론 여권의 원만한 국정 운영은 답이 안 나온다.

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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